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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N 시장 대표주자 ‘VIX’ 국내 상륙…남은 과제는?
-국내 첫 변동성 ETP 9일 상장…변동성 급증 때 큰 수익
-“첫발 뗐지만 갈 길 멀다”…규제 완화 및 라인업 확충 필요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변동성 상품이 9일 국내 처음으로 상장된다. 시장 확대를 위한 초석이 다져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갈 길이 멀다’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 추종지수를 그대로 따르지 못하도록 하는 상ㆍ하한가 적용을 완화하고, 변동성이 낮을 때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의 상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조언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VIX(Volatility Index) 선물 지수를 추종하는 ETN 4종목을 9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발행사는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4곳으로, 4개 상품의 상장원본액은 1900억원 규모다.

상장 예정 VIX ETN 상품 [자료=한국거래소]

업계는 VIX ETN의 상장을 계기로 ETN 시장이 보다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VIX는 미국 S&P500 주가지수의 향후 30일간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를 보여주는 지수로서, 주식시장이 단기에 급락할 때 큰 폭으로 상승해 공포지수로도 일컬어진다. 그렇다 보니 VIX 지수를 추종하는 ETN 상품은 주식시장 하락에 대한 보험 수단으로서 널리 이용돼 왔다. 지난 2월 초 S&P지수가 10%가량 하락했을 때 주요 VIX ETN들이 100% 가까운 수익을 낸 것이 대표적 사례다. 세계 1위 규모 ETN 시장인 미국에서는 이같은 변동성 상품의 일평균거래대금이 ETN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지만, 국내에서는 변동성에 투자하는 상장지수상품(ETP) 자체가 그동안 전무했다.

그러나 남은 과제도 많다는 지적이다. 우선 증시에 상장돼 거래됨으로써 ±30% 상하한가 제한을 받는다는 점이 언급된다. VIX 선물시장은 차근월물 가격이 최근월물보다 비싸다는 특징으로 인해, 최근월물을 매도하고 차근월물을 매수하는 롤오버 과정에서 손실이 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VIX ETN에 투자하는 이유는 증시 급락 상황에서 다른 투자자산의 손실을 만회할 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대표적 VIX ETN 상품인 ‘아이패스 S&P500 VIX 숏텀 퓨처스 ETN’은 지난 2월 5일 하루에 34.2% 급등한 바 있다. 그러나 9일 상장될 국내 VIX ETN 상품은 이같은 상황에도 30% 이하의 수익을 낼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장지수펀드(ETF)의 레버리지 상품에는 60% 가격제한폭이 적용되고, 주식워런트증권(ELW)의 경우 아예 제한이 없다”며 “변동성 ETP 상품이 처음 국내에 상장되는 만큼 제도개선까지 동시에 이뤄지기에는 무리가 있었겠지만, 시장 상황에 맞는 수익 실현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서라도 향후 제한폭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VIX의 흐름을 거꾸로 추종하는 인버스 VIX ETN이 상장되지 않은 점도 아쉬움으로 꼽힌다. 정방향 VIX ETN과 달리 기초지수를 거꾸로 추종하는 인버스 상품의 경우 급작스런 증시 급락이 없는 이상 꾸준한 수익을 투자자에 안긴다. 저변동성이 이어졌던 지난 2016년 이후 시장의 자금을 꾸준히 흡수한 이유다. 그러나 지난 2월 미국 국채금리 급등에 따른 증시 조정 당시 인버스 VIX ETN의 순자산가치가 90% 이상 급락한 뒤 조기청산 절차를 밟는 사례를 남기면서, 금융당국은 업계에 투자자 보호에 대한 추가 검토를 요구한 상황이다. 이르면 올해 안에는 VIX ETN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현 제도상 ETN의 액면병합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향후 개선이 필요한 점으로 언급됐다. 액면병합이란 액면가가 낮은 주식을 합쳐 액면가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1년만 지나도 가격이 70~80% 떨어지는 VIX 선물지수 추종 상품의 특성상, 상품을 장기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선 액면병합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거래소나 한국예탁결제원의 현행 제도는 ETP상품의 액면분할ㆍ병합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거래소는 연초 사업계획 발표 당시 ETN 등 ETP 시장에 액면분할ㆍ병합 제도를 도입하는 등 시장관리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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