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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통계엔 없는 ‘월 33만원 얼집’ 엄마이야기
[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TAPAS=윤현종 기자]

아이 보육료가 비싸단 ‘뻔한’ 얘기? 아니다.  ‘가치’를 봤다면 무거워도 무겁잖은 게 부모 마음이다.
통계론 보기 힘든 그 마음을 들어봤다. 돈 더 쥐어주는 것 보단, 아이 미래에 진정 도움 될 ‘사려깊은 나라’를 바라는 한 엄마 이야기다.

   어린이집에 월 33만원 쓰는, ‘0% 맘’

김모(33)씨. 만 5세 아이를 서울 강북 한 민간 ‘얼집(어린이집)’에 보낸다. 월 평균 33만원, 연간 약 400만원을 쓴다. 정부 지원(아이사랑카드)은 뺀 돈이다.

[사진=윤현종 기자]

그는 통계에 안 잡혀있는 사례다.
 
국무총리 산하 정부출연기관 육아정책연구소가 2017년 말 발표한 ‘영유아 교육보육비용 추정연구(이하 연구)’에 따르면, “어린이집만 이용”하는 부모 가운데 월 평균 30만 원 이상 교육ㆍ보육비용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

‘월 33만원’은 많을까 적을까. 연구를 보면 5세의 교육ㆍ보육비용은 월 평균 38만 6천원이다. 김 씨의 비용은 평균보다 적다. 상위 40% 끝자락이다.
반면, 민간어린이집 월 평균 이용비는 총 9만 3천원이다. 김 씨가 쓰는 돈이 훨씬 많다.

모호하다.

   “부담 안 되는 건 아닌데요…”

그는 TAPAS팀과 만나 ‘부담’이란 단어를 많이 썼다. “만 5세 1명한테 월 30만원…게다가 외벌이거든요. 부담 안 되는 건 아니죠”
생활비 150만원, 나머지 보험료 등을 빼면 사실 33만원은 김 씨에게 빠듯했다. 적자만 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아이 보육료가 꼭 비싸다고 볼 순 없다고 명확히 얘기했다.
상대적으로 더 싸게, 많은 ‘체험’이 가능해서였다.

    '얼집' 특활비는 학원보단 싸다

“미술 학원 1주에 1회 보내면 월 8만∼10만원이 들어요. 어린이집은 6만원이거든요, 상대적으로 저렴하죠.” 주 2회를 돌리면 미술학원비만 월 15만원까지 나간다고 한다.

“영어도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이 낮아요. 매주 월ㆍ수ㆍ금, 월 12회에 8만원이거든요”

김 씨가 달마다 낸 특활비는 영어ㆍ미술이 전부. 14만원이다.

[사진=윤현종 기자]

   10만원에 포함되는 8가지 ‘경험’

나머지 10만원 가량은 정규수업 내에서 이뤄지는 ‘특별활동’ 비용이라고 김 씨는 말했다. 
5세반 활동은 다양했다. 한글부터 태권도ㆍ가베(GABE, 블록 이용한 놀잇감)ㆍ칠교놀이(퍼즐의 일종, 일명 Tangram)ㆍ국악ㆍ스피치까지. 정규수업서 이뤄지는 영어와 미술시간도 있었다. 합치면 여덟가지다.
이걸 어떻게 다 하냐고 물었다.

김 씨의 아이가 한 주동안 배우는 ‘꿈 키우는 시간표’다.

“놀면서 하죠” 김씨가 바로 답한다. 
“심화학습이 아니라서 학원만큼 디테일은 없어요. 조금이라도 맛 볼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김 씨는 말을 이었다.
“반 아이 60%정도가 어린이집 끝나고 영어유치원을 가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다섯 살은 체험이 중요한 나이지…스트레스 받는 건 원치 않아요. 돈도 비싸고”

   “중요한 건 정서니까”

그는 대화 도중 부담이란 단어를 10번 정도 썼다. 조금이라도 벌어볼까 하는 생각에 일자리를 찾아보기도 했다고.
“결혼 전엔 상상도 못했던 지출이잖아요. 하지만, 그렇게 벌어봐야 월 250인데…그것 때문에 내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돈 주고 맡긴다? 친정-시부모? 다시 생각했죠”
김 씨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아이의 정서였다. ‘체험’을 강조한 이유도 납득이 갔다.
“(지출을) 줄이고, 좀 적게 쓰더라도 아이랑 함께 있어주고, 대화하고 간식 같이 먹으면서 하루 있었던 이야기 나누고 책도 읽어주고…그게 아이 정서엔 굉장히 좋겠다 싶어서 마음을 접었어요”

직업체험 중인 아이들 [사진=인천서구시설관리공단 홈페이지]

   “돈 지원보단 맞춤형 진로지원”

김 씨가 정부에서 받는 돈은 월 30만원 정도다. 얼마를 더 지원하면, 그나마 더 여유롭겠냐고 물었다. 
그는 돈 대신 다른 말을 했다.
“음…연령별로 체계적인 직업 체험이 가능한 시스템이요. 유아-초-중-고 올라가면서 더 깊이있는 경험을 미리 하는거죠. 주 1회든 2회든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해서 15~30명 정도 신청 받고”
간호사 체험을 예로 들었다. 
“유아 땐 주사놓는 놀이만 하겠죠. 하지만 학년이 올라가면 또 생각이 달라질 거예요. 냉정한 현실을 알려주면서도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게 도와주는 거죠. 어떤 공부가 필요한지 미리 파악해서 학습하는 것도 가능하겠죠”

[사진=123RF]

   “이민 교육도 해주는 나라”

아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알 수 있게 세심히 도와주는 게, ‘정부의 돈’보다 더 필요하다고 말한 김 씨.
“여기서 세금 내고 살다가 이민 생각도 날 수 있잖아요. 자동차 정비사-간호사라도 그 나라에선 대우받을 수 있다. 이런 내용을 솔직히, 상세히 가르치면 어떨까요. 지금 한국 보면 대학 나와도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른채 맨땅에 헤딩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잖아요…그런 게 시급하죠”

정부에 바라는 건 더 많은 보육료ㆍ교육비가 아니었다. 발상의 전환이었다.
월 33만원으로, 김 씨의 아이는 꿈 꿀 수 있을까. 위인전 속 박제를 꿈 꾸는 게 아니라, 현실적인 내일을 그리게 하는, 사려깊은 나라가 필요하진 않을까.
최신 통계서도 드러나지 않은, 2018년 엄마의 마음이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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