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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래? 고래! ②] 엄마고래와 바다는 닮아있다

[헤럴드경제 TAPAS=구민정 기자] 모성애의 위대함을 강조하는 것들이 불편했던 시절이 있었다. 마치 ‘엄마’는 열과 성의를 다해 엄마이기만 해야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그렇지만 ‘나’를 나답게 하는 특징 대부분을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건 아이러니다. 아직 엄마가 되어보지 못해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엄마’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고래들이 얼마나 출산과 육아에 열과 성의를 다하는 부모들인지 알게되면 그들을 존경할 수 밖에 없다.



    어미는 자신의 몸을 녹여 젖을 내어준다

물에다 우유를 섞는다고 치자. 희뿌연 물이 될 것이다. 그런데 전혀 섞이지 않는 우유도 있다. 바로 고래 우유다.



향유고래의 젖




고래는 포유류다. 우리 인간처럼 아기를 낳고 난 후 암컷이 젖을 만들어 새끼에게 준다. 하지만 고래는 우리처럼 팔로 아기를 안을 수 없다. 엄마고래도, 아기고래도 밟을 땅 한조각 없는 바다에서 헤엄을 치기 때문에 젖을 쉽게 먹이려면 엄마고래의 젖이 바닷물에 섞이면 곤란하다.



고래 젖은 지구에서 가장 진한 젖이다. 큰 덩치의 고래들의 젖엔 30~53%의 지방이 들어있다. 참고로 다이어트의 적인 휘핑크림의 지방함량 비율이 30%정도다. 고래의 젖은 가히 고(高)지방이다. 이렇게 기름기가 잔뜩이기 때문에 바닷물에 쉽게 섞이지도 않지만 새끼고래를 빨리 커지게도 한다. 고지방의 젖을 먹어야 작았던 새끼도 크게 쑥쑥 자란다.

흰긴수염고래는 출산 이후 고지방 우유를 매일(!) 200㎏정도 만든다. 6개월 동안 젖을 주기 때문에 40톤 이상 젖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럼 갓 태어난 새끼 고래는 6개월만에 17톤의 ‘어린이 고래’가 된다.



    설명불가한 힘

보다시피 고래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헤엄친다. 육중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고래는 많이 먹는다. 정말 많이 먹는다. 흰긴수염고래는 하루에 크릴새우 6.5톤을 먹어야 한다. 크릴새우들은 찬 물에 살기 때문에 고래들은 먹기 위해 북극 근처 태평양까지 간다. 이후 따뜻한 곳에서 아이를 낳기 위해 다시 남쪽으로 오는데, 멀리 온다. 정말 멀리 온다.



[출처: http://www.marinebio.net/]




쇠고래는 2년에 한 마리씩 새끼를 낳는다.

쇠고래는 북극에서 크릴새우를 잔뜩 먹고 새끼를 낳기 위해 멕시코까지 달려가는데 편도 3개월, 왕복 6개월이다. 북극에서 출발해 6개월만에 돌아올 때까지 암컷쇠고래는 굶.는.다. 3개월을 굶어 멕시코로 달려가 1톤짜리 새끼를 낳는 것이다. 또 50% 고지방 젖을 새끼에게 먹이고, 새끼를 보호하며 남은 3개월을 북극으로 헤엄쳐오는 것이다.



한 끼니를 굶어도 현기증에 이성을 굴복하는 나로선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하지만 쇠고래 그들에겐 그저 본능일 것이다.

새끼고래를 위한 부모 고래, 특히 어미고래들의 모습은 아무 생각이 들지 않게 한다. 바라보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바다와, 그래서, 고래는 참 여러모로 닮아있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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