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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서해 NLL일대는 ‘물 반 고기 반’ 황금어장…‘남북공동’ 중국 불법어선 단속작전 가능할까
-판문점 선언 후속조치로 장관들 서해도서 찾아

-서해 NLL로 이득 본 북, 해군력 증강 뒤 돌변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 등 외교안보 수장들과 해양수산부 장관이 5일 서해 백령도와 연평도를 방문한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 NLL(북방한계선) 지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기로 한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후속 조치 차원으로 보인다.

서해 백령도와 연평도는 서해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어 남북간 서해 NLL 논란이 있을 때마다 가장 주목받는 지역이다.

5일 국방부에 따르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과 함께 5일 백령도, 연평도 등 서해 최북단 도서를 찾는다.

국방부는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 및 안전한 어로활동 보장을 위한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부처 장관 4명은 이번 방문을 통해 서해 NLL 일대에서 남북이 충돌 없이 공동조업을 하는 등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드는 방안에 관해 현지 주민의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서해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양측간 합의된 판문점 공동선언문에는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남북정상회담서 서해 NLL 평화수역화 합의…후속조치 차원 장관들 직접 방문=서해를 평화협력 특별지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천지역 최우선 공약이기도 하다. 이번에 북한까지 화답함으로써 NLL의 평화수역 조성은 구체적이고 빠른 속도로 실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해 NLL은 휴전 상태의 한반도에서 2차례나 실제 남북 교전이 발생할 정도로 위험도가 높은 지역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지난 25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당섬선착장에 정박한 어선에 ‘서해5도 한반도기’가 펄럭이고 있다. 서해5도 한반도기는 흰색 배경에 푸른색의 한반도가 독도와 함께 그려진 기존 한반도기에 서해5도를 추가해 제작된 깃발로 서해 평화와 어장 확장에 대한 염원이 담겼다. [사진제공=연합뉴스]

1999년 제1연평해전, 2002년 제2연평해전이 모두 이 일대에서 발생, 수많은 장병들이 교전 중 전사했다.

이 때문에 서해 NLL은 남북 대치의 상징적 지역으로 여겨져왔지만, 앞으로 남북간 후속 이행조치에 따라 ‘바다의 개성공단’이 될 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서해 5도 어민들이나 북측 어민들은 군사적 위험 때문에 섬 북쪽 NLL 해상에서의 조업이 금지돼 있다. 남북 모두 어쩔 수 없이 피해가는 어장이다 보니 이 일대에는 ‘물 반 고기 반’의 황금어장이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곳에 평화지대가 조성된다면 남북 어민들은 동시에 그림의 떡에 불과했던 황금어장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지금까지 남북 대치 국면에서 어부지리의 이득을 챙긴 건 불법 중국어선들이다.

중국 어선들이 서해 NLL 일대에는 남북 어선의 접근이 불가하다는 점을 악이용해 이 일대 어족자원을 싹쓸이해온 것이다. 하지만 이 일대 남북간 평화수역 합의가 이뤄지면 남북이 공동으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막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남북 어민들은 남북 공동 ‘파시(바다 위 생선시장)’ 등 협력사업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백령도에서 연평도까지 서해 NLL 상에 대형 바지선을 띄워 남북 수산물을 교역하는 시장(파시)을 만들게 되면, 북측은 돈을 벌고 남측은 풍부한 해산물 수요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충족시킬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이런 견지에서 서해 5도 어민들은 남북 공동선언문을 크게 환영하고 있다.

서해에 평화수역을 조성한다는 남북합의는 지난 2007년 이미 있었기에 이번에는 이행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1년 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10.4 공동 선언에서 서해 해주 지역과 주변 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을 설정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듬해 정권 교체 이후 추가 조치는 없었다.

▶서해 NLL로 이득 본 북, 해군력 증강 뒤 돌변=국방부에 따르면, 서해 NLL은 1953년 8월 30일 유엔군사령관이 유엔군 측 해공군 해상초계활동 범위를 한정하기 위해 동해와 서해에 설정한 구역이다. 이후 NLL 이남 지역은 우리 정부가 실효적으로 통제하는 관할 수역이 됐다.

NLL 설정 당시 북한 해군력은 괴멸돼 한반도 모든 해역과 도서는 유엔군이 장악한 상태였다. 유엔군이 NLL을 남측 위주로 설정하면서 북측은 오히려 이북 해역에서의 안전한 항행활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서해 NLL이 북측에도 유리하게 작용한 셈이다.

북측도 과거에는 NLL의 유용성을 알고 NLL을 준수했다. 1959년 11월 30일 발행된 북측의 조선중앙연감에도 NLL을 군사분계선으로 표기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북측 해군력이 증강되면서 1973년 10월부터 2개월여간 북측 경비정 60여척이 43회에 걸쳐 NLL을 침범하는 이른바 ‘서해사태’를 일으키면서 NLL에 대한 도발을 시작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북측의 NLL 도발은 1999년 6월 15일 제1차 연평해전, 2002년 6월 29일 제2차 연평해전, 2009년 11월 10일 대청해전,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도발 등으로 꾸준히 이어졌다.

북측은 1999년 이후 일방적으로 서해해상군사분계선을 주장하면서 서해해상경계선의 재설정을 주장하고 있다.

2007년 남북 정상간 합의에도 불구하고 서해 평화수역 및 공동어로구역을 만들지 못한 이유는 우리 정부는 서해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을 NLL을 중심으로 남북이 균등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북측은 NLL 이남해역에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측 주장대로 NLL 이남해역에 설정할 경우 기존 우리 관할 구역을 북측에 양보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이 경우 우리 어민의 어업 활동은 물론, 우리 선박과 항공기의 항행마저 제한받게 돼 서북 5도와 수도권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초래된다는 것이 군 당국의 설명이다.

결국 이번에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예정된 장성급 군사회담에서는 11년 전 남북이 충돌했던 지점을 어떤 식으로 매끄럽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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