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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靑, 문정인 특보에 ‘공개 경고장’ 배경은] “살얼음판 걷는 심정인데…” 불필요한 논란 차단 ‘집안단속’
미군철수 거론한 기고에 야당 거센 공격
文대통령 상황 엄중함 인식 긴급 브리핑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 입장 정리


청와대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에 공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심정으로 진행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불필요한 논란이 덧씌워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직접 문 특보에게 전화해 ‘혼선이 빚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경고한 것도 ‘주한미군’ 문제가 한미동맹 균열 우려로 비화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일 김의겸 대변인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종석 비서실장이 이날 오전 문 특보에게 전화를 걸어 “문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문 특보의 발언과 관련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다.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하며 최근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의 주한미군 발언 논란을 정리했다. 문 특보는 전날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혀 파장이 일었다. 사진은 문 특보(오른쪽)가 지난 12일 청와대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 오찬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말을 듣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날 청와대 대변인의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한 기자회견은 사전 계획에 없었던 것으로, 이날 오전 현안점검회의에 관련 사안이 보고됐고, 문 대통령이 직접 관련 입장을 발표해야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이날 오전만 하더라도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주한미군 주둔은 필요하다. 문 특보는 대통령 특보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교수”라며 “정책방향을 설정하는 데 그런 정치적 상상력의 도움을 받기 위해 대통령 특보로 임명한 것이지 그 말에 얽매이지는 않는다”는 수준으로 문 특보의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그런데 불과 3시간여만에 문 대통령이 문 특보의 ‘주한미군 철수’ 논란에 직접 발언을 내놓은 것은 상황이 엄중함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임 비서실장이 직접 문 특보에게 전화를 걸어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은 반복되는 문 특보 관련 논란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청와대가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 특보는 지난 30일(현지시간)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즈’ 기고문을 통해 “평화협정 체결 뒤에는 주한미군의 계속적인 한국 주둔을 정당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문 특보는 또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하려면 한국의 보수진영이 강력하게 반대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큰 정치적 딜레마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청와대 안팎에선 문 특보가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이 북·미 회담을 꼬이게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의용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으나, 문 특보가 민감한 한미간 현안인 주한미군 문제를 재차 거론함으로써 불필요한 논란이 일어났다는 분석이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2000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 때 “통일이 되더라도 주한미군의 역할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도 알려진다.

문 특보가 ‘주한미군 철수 당위성’을 언급한 것은 보수진영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장 야당의 공격이 거세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완전 비핵화 판문점 선언이 결국 주한미군 철수와 핵우산 철폐 의미했던 건지 분명히 답해달라”고 비판했다.

이날 오전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도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문 특보가 문 대통령의 뜻을 미리 밝힌 것이 아닌가 싶어 더 심각하게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전날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문 특보는 우리나라 대통령 특보냐, 북한 김정은의 특보냐.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이 필요 없어질지 모른다는 주장은 대한민국 안보를 흔드는 망언이며 논평할 가치조차 못 느낀다”고 비난했다.

문 특보의 발언이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 특보는 지난해 5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동결해준다면 한미연합훈련을 잠정중단할 수 있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문 대통령과 논의하겠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핵 동결’은 ‘절대적이고 비가역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핵포기 원칙(CVID)’에 배치되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9월에는 “한미동맹이 깨져도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된다”는 발언으로 다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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