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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정직→감봉→견책→법원선 ‘취소 판결’…주먹구구 경찰징계
-‘품위유지의무 위반’ 징계 내렸지만, 연이어 패소
-“부당한 징계 남발로 일선 경찰관 사기 떨어져”
-지난 5년 경찰이 내린 징계 중 1/4 감면ㆍ취소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품위유지 의무를 어겼다며 일선 경찰관에게 정직 징계를 내린 경찰이 4년 동안 소송전 끝에 모두 패소해 징계 처분을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당한 징계 처분이 2번 감경 끝에 취소되는 동안 경찰관은 오랜 소송으로 정신적 고통을 당해야 했다.

2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의 한 경찰 지구대에 근무하고 있는 A 경장은 최근 법원으로부터 “경찰이 내린 견책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처음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은 지 4년 만이었다. 그동안 경찰은 정직과 감봉, 견책까지 법원 판단이 나올 때마다 징계 내용을 바꿨지만, 결국 법원은 그마저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A 경장이 경찰과 지루한 소송전을 처음 시작한 때는 지난 2014년이다. 당시 다른 지역에 근무하고 있던 A 경장은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주점 주인 B 씨로부터 ‘경찰 단속에 적발돼 조사를 받게 됐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연락을 받은 A 경장은 B 씨에게 “조사 잘 받고 나중에 통화하자”고 답장을 보냈다.

그러나 B 씨가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A 씨가 보낸 문자가 문제가 됐고, 결국 A 씨는 지난 2014년 9월 서울지방경찰청 보통징계위원회에서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 징계 과정에서 경찰은 과거 A 경장이 동료 경관들과 B 씨의 주점에서 술을 마신 것까지 문제 삼았다. B 씨의 주점이 일반음식점인 줄 알면서도 술을 마셨다는 이유에서였다.

A 경장은 경찰의 징계 결정에 “경찰 조사에 부담감을 느낀 지인을 안정시키려던 것뿐”이었다며 서울지방경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역시 “경찰이 내린 징계 사유는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A 경장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에서 진 경찰은 항소와 상고까지 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3심 끝에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지만, A 경장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경찰은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 맞다’며 이번에는 ‘감봉 2개월’ 징계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가 경찰의 징계에 제동을 걸었다. 위원회는 “시효가 지난 사안으로 경찰이 A 경장에 대해 징계를 결정했다”며 “이미 장기간 소송으로 정신적 고통을 당해 징계를 감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정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박성규)는 지난 2월 경찰의 ‘견책’ 처분도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이미 주점을 운영하고 있지 않던 B 씨와 A 경장이 대화를 나눈 것을 징계 사유로는 삼을 수 없다”며 “징계 시효도 지난 상황에서 경찰의 ‘견책’ 징계는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첫 징계 이후 4년 만에 A 경장은 모든 징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징계 남발이 일선 경찰관들에게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과도한 징계로 억울한 경찰관까지 만들고 있으며 전체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형사전문 변호사 역시 “내부 징계를 내리면서 조사를 부실하게 해 결국 당사자만 장기간 고통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며 “경찰 내부 징계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최근 5년 동안 경찰관 징계 처분 879건 중 25%가 넘는 239건이 사후 감경되거나 취소됐다. 경찰관이 경찰을 상대로 소송을 내 위자료를 받는 등 승소한 사례도 17건으로 집계됐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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