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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 정상회담 D-2] ‘美 패권 막을 방파제 무너질라’…김정은 달래기 나선 中
북한의 급속한 친미화 땐 ‘순망치한’ 우려
트럼프와 회동 전에 만나 ‘중국패싱’ 방지

주한미군 감축 등 의제 밀어넣기 의도 추측
金, 북미정상회담 집중 中은 후순위 될듯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미정상회담 전 방북 의사를 전달한 것은 ‘차이나 패싱’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 지역에서의 미국 패권 영향력이 커지는 것에 대해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던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될 경우 ‘입술이 사라져 이가 시린(순망치한·脣亡齒寒)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여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 측에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측의 움직임이 다급해졌다.

중국 정부가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북 시기를 오는 5월 말~6월 초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 이후가 아닌 회담 직전인 5월 말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정상회담 테이블에 주한미군 철수 요구 등 중국이 원하는 의제를 밀어넣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진은 지난달 말 베이징을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 주석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시진핑 주석이 방북할 것이란 관측은 4월 중순부터 제기됐다. 지난 3월말 방중 당시 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에게 ‘방북해 달라’는 요청을 했고, 시진핑 주석 역시 이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방북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4월 중순에는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중국 예술단과 함께 북한을 방문했고, 이 때 김 위원장을 만나 시진핑 주석의 방북 의사를 다시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건은 방북 시기다. 북한과 중국의 입장이 차이가 있다.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5월말~6월초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김 위원장 입장에선 관련 일정이 끝난 다음 시진핑 주석의 방북했으면 하는 의지가 강하다. 핵탄두 개발과 대륙간탄도탄(ICBM) 미사일 개발에 대해 북한은 그간 ‘북한의 체제 위협’ 때문이라 밝혀왔고, 북한을 위협하는 상대국은 중국이 아닌 미국이란 점에서다. 최소한 현재 국면에서 김 위원장에게 중국은 미국 대비 후순위란 해석이 가능하다.

중국 측은 바빠졌다. 중국의 외교전문가들은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중국이 소외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중국은 배제됐다고 느끼며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미 회담 성사 전에 방북 하겠다는 의사를 북한측에 중국이 전달 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여기에 김 위원장이 이달 초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겸 국무장관 내정자를 접견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 보도들이 나오자 더욱 다급해졌다. 중국은 한반도 종전을 공식화하고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및 연합사령부의 철수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해 미중 외교안보대화에서도 중국 정부는 주한미군 감축을 대가로 한 북핵ㆍ미사일 동결 협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북한이 주한미군의 감축 및 철수를 강력하지 않은 것에 대해 중국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했다.

지정학적 여건도 중국을 조급하게 하는 요인이다. 중국의 동북아 끝단에는 한반도가 위치한다. 중국의 전통적 우방은 북한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북한이 적극적인 정상국가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북한이 나서자,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과의 직접 분쟁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던 북한이 과도하게 미국측으로 기우는 것이란 우려가 중국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장 바오후이 홍콩 링난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이제 갑자기 중국은 북한의 더 이상 밀접한 관련자가 아니게 됐다. 북미 관계 정상화의 대가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에 ‘그랜드딜’이 이뤄질 경우 동북아는 크게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석희 기자/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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