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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드루킹과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

‘바보 노무현’은 오롯이 시민들의 힘으로 대통령에 오른 인물이다. 당내 정치 세력 하나 없어 대선 후보 직전까지 흔들리고 흔들리다 시민의 힘으로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됐고, 결국 시민의 힘으로 16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의 당선에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팬클럽이 있었다. 지역감정 타파의 명분으로 사지인 부산에서 번번이 깨지는 노무현의 ‘가치’에 매료된 사람들이었다. 세상을 쥐고 흔드는 ‘권력’보다는, 오직 믿을 것은 ‘시민’들이라는 그의 신념 아래 사람들은 모여들었다.

노사모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만든 최초의 정치인 지지단체였다. 5000명 수준이었던 팬은 2002년 대선 이후 10만명을 넘어서게 됐다. 인터넷을 통해 ‘좋은 노무현’을 공유했고 그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도 했다.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노란 돼지 저금통을 만들었고, 대선 당일 ‘정몽준, 노무현을 버렸다’는 사설이 실린 신문이 무가지로 뿌려지자 이를 수거하러 다니기도 했다. 당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한 세력들이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의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키자 광장으로 나와 노무현을 지켜냈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었다. 자발적으로 일어선 시민들의 조직된 힘은, 민주주의의 추동력(推動力)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정권이 두번이나 바뀌는 동안 수많은 ‘○사모’들이 생기고 사라졌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있었고, 안사모(안철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있었고, 반사모(반기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생겼다. ‘조직된 힘’이 어떤 정치세력보다 강하다는 것을 ‘노무현’을 통해 알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팬클럽인 ‘문팬’은 조금 더 진화된 양상을 보였다. 검찰수사를 받다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기저에 있는 문 대통령의 팬들은 좀 더 적극적이고, 좀 더 공격적으로 변해갔다. 문 대통령에 반대하는 정치인에게 문자를 보내 항의를 하기도 하고, 문 대통령의 생일에는 포털사이트에 특정 키워드를 집중적으로 입력해 검색어 1위를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2018년 드루킹이 있다. 팔로어가 1만명이 넘고 누적 방문자수가900만명이 넘는 ‘파워블로거’다. 경제민주화를 목표로 한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를 만들기도 했다. 회원수 2000여명의 모임이 ‘댓글 조작’의 진지 역할을 했다. 드루킹은 매크로를 사용한 댓글조작 혐의로 구속됐다. 야당은 드루킹을 문재인 정부의 출범상황까지 연계시키며 전방위 공세를 퍼붓고 있다. 드루킹의 경공모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또 다른 지지그룹인 ‘달빛기사단’에 대한 매크로 조작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공모는 ‘논공행상’을 원했다고 한다. 한 경공모 회원은 언론사 인터뷰에서 “김경수 의원 측에 논공행상을 원했는데, 잘 안 됐던 것 같다”고 했다. 드루킹은 평창 올림픽에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퍼트리기 위한 댓글조작 혐의로 구속됐다. 논공행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친문(親문재인)에서 반문(反문재인)으로 돌아선 것이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 대가를 원하면, 어떤 정당성도 갖지 못한다. 그들이 꿈꾸는 이상이, 정치인에 의해 혹은 정치세력에 의해 실현되면 그걸로 끝이다. 그 이후에는 해당 정치인이 그 가치를 지켜나가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된다.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16년이 흘렀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노사모 총회 축하메시지에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미래’라고 했다. 그리고 이 문구는 경남 봉하마을 에 있는 노 전 대통령의 묘비에 새겨졌다. 경공모 회원은 언론에서 ”괴물이 된 우리가 보이지 않냐”는 이야기를 경공모 회원들에게 하고 싶다고 했다. ‘시민들의 조직 된 힘’이 도덕성을 잃는 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된다. 

c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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