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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법개정안 논란] 또 거론된 ‘집중투표제’…실제 도입까지는 ‘난항’ 예상
- ‘1주당 이사 수만큼 의결권 부여’
-법무부, 상법개정안 검토의견 국회 제출
-소주주 권리 강화…‘경영권 방어 취약’ 지적도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법무부가 최근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 검토의견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또 다시 입법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할 수 있지만, 기업 경영권 방어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않아 실제 법률 개정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법무부는 최근 발의된 의원 발의 상법개정안을 검토한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24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법무부는 자산 규모 2조 원 이상의 상장사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현행 상법상 집중투표제는 정관 규정으로 배제할 수 있어 실제 주요 기업에서 운영되지는 않은 실정이다. 

박상기 법무부장관 [사진=연합뉴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주당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1주당 복수의 의결권을 가진 주주는 의사에 따라 표를 분산할 수도, 특정 이사에 표를 몰아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지분이 많지 않은 주주도 의결권을 특정인에게 집중시켜 이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재계에서는 집중투표제를 강제할 경우 소수 지분을 매수한 투기자본 세력이 경영권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이사회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법무부는 2013년에도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반영한 상법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반대의견이 많아 무산된 적이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의원 발의 법안에 관해 법무부 의견을 냈을 뿐, 정부입법안을 낸 것은 아니다”라며 “국회에서도 구체적으로 급박하게 논의되는 사항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는 2016년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의원과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집중투표제를 강제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안을 제출해 법사위에서 심의 중이다. 하지만 법안에 관해서는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이 ‘회사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자본다수결 원칙과 배치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영에 관한 중요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특히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적용되는데, 회사가 순차적으로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이사를 1명씩 선출하는 방법을 쓸 수 있어 불필요한 비용만 유발할 것이라는 의견도 담겼다.

법조계에서도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국회 법사위 요청에 따라 한국기업법연구소는 최근 ‘회사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법적 개선 방안 연구’라는 용역 수행 결과물을 제출했다.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연구책임자로 이름을 올렸다. 보고서는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함에 있어서는 외국의 시행착오 사례를 충분히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외국에서도 점점 폐지되어 가는 이 제도를 한국에서 강제적으로 도입한다는 것은 다분히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집중투표제는 유럽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미국의 경우 네브래스카와 사우스코다 등 총 7개 주에서 강제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처음부터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했지만, 주주 간 분쟁이 늘어나고 경영 효율성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어 현행 우리나라처럼 정관에 따라 배제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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