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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이젠 분당까지…‘꼼수’로 만들어진 ‘로또’ 분양 최선인가
“요즘엔 분양 날짜 잡기 참 어렵네요. 시장상황이나 정책도 자주 바뀌고 이런저런 정치적 이벤트도 많고…”

23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와 대구 수성구를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렇게 푸념했다.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새로 공급되는 단지의 분양가격은 인근 지역 1년 이내 분양한 단지 분양가격이나 평균 매매가의 110%를 넘지 못하게 된다. 이를 넘으면 HUG가 분양보증을 서지 않아 분양 자체를 할 수 없다. 이번에 추가 지정된 곳 외에도 서울 전역, 경기 과천, 세종시, 부산 해운대ㆍ남ㆍ동래ㆍ수영ㆍ연제구 등이 분양가 관리를 받아왔다.

공교롭게도 분당과 수성구는 올해 분양 물량의 대다수가 5월에 몰려 있어서 간발의 차로 분양가 규제를 받게 됐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분당에서는 ‘분당 더샵 파크리버’가 5월 분양 예정이다. 수성구에서는 ‘힐스테이트 범어’, ‘수성범어 에일린의 뜰’, ‘고산역 화성파크드림’ 등의 분양 계획이 잡혀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적정 분양 시점을 찾느라 일정을 다소 늦췄다가 덜컥 분양가 통제 대상이 돼 버린 경우도 있다.

내달 이 두 지역의 아파트 청약 시장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뜨겁게 달아오를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서울 강남의 개포주공8단지(디에이치자이)가 분양가가 깎여 수만명의 수요자가 몰린 것을 필두로, 비강남 지역의 청약시장까지 분위기가 후끈거렸던 경험이 있다.

HUG의 분양가 통제는 몇가지 점에서 논란거리를 안고 있다. 우선 정부가 우회적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하기 위해 HUG를 동원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정부는 지난해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 적용요건을 완화해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하겠다고 시사했지만, 실제로 적용되고 있는 지역은 없다. 대신 HUG의 고분양가 관리지역이 사실상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를 직접 적용할 경우 따르는 논란을 피하면서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HUG는 고분양가 관리지역은 분양가 상한제와는 다르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분양가 심사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HUG 관계자는 “향후 몇년간의 공급 물량 등을 고려해보면 분양가보다 시세가 하락해 미입주 리스크 등이 발생할 것을 선제적으로 방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리스크가 현실화 돼서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지방 사업장에는 분양가 통제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HUG의 이러한 주장은 이치에 닿지 않는다. 가령 올해 들어 분양한 모든 사업장이 미달됐던 제주도의 경우 ‘분양가가 너무 높아 안팔린다’는 지적이 줄을 잇고 있지만, ‘미분양 관리지역’의 형식으로 관리하고 있을 뿐 분양가 규제는 없다.

오히려 분양가 규제가 이뤄지는 서울, 과천, 세종 등은 분양할 때마다 높은 경쟁률을 보여 리스크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지역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HUG 주장대로 미입주 리스크가 발생하려면 강남 집값이 30% 가량 폭락해야 하는데, 너무 극단적인 가정이다”라고 지적했다.

분양가 통제로 인한 ‘로또 아파트’ 공급도 논란거리다. 분양가 통제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그간 건설사가 분양가를 부풀려 너무 많은 이익을 챙겼다고 주장한다. 이는 분양원가를 공개해 적정 분양가를 산출해야 한다는 주장과도 맥이 닿는다. 분양원개 공개 법안은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이런 식으로 낮은 분양가의 아파트 공급이 계속되면 종국적으로 전체 주택 시장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최근 서울 주택시장은 새 아파트 청약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기존 주택 시장의 안정세가 나타나고 있다.

반대로 분양가가 통제되면 아파트 사업으로 인한 이익이 시장 논리가 아닌 인위적인 방식으로, 사업시행자에서 수분양자로 강제 이전된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공급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일부 수요자만 그러한 혜택을 누리는 것이 사회 정의에 부합하는 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이 차익을 실현하면 정부는 세금을 걷을 수 있다. 기업이 내는 법인세 보다는 개인이 내는 양도소득세 등이 세율이 높다. 결국 ‘꼼수’를 통한 ‘로또’ 분양으로 정부가 돈을 버는 셈이기도 하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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