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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멘트업계, 레미콘과 묶여 애꿎은 피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2차 앞두고 멘붕

부가가치 높은 레미콘·석고와 함께 분류

순익보다 많은 2100억 비용 떠안을 판

유럽은 단일업종 분류 무상할당 배려






“굴뚝도 없는 레미콘·콘크리트제품이 탄소배출업종이라고?”

시멘트업계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2차 계획기간(2018∼2020년) 발표를 한달여 앞두고 멘붕에 빠졌다.

23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차 계획기간부터 온실가스 배출업체에 대해 유상할당을 시행하기로 했다.

유상할당에 해당하는 업종은 무상배출량의 3%를 배출권시장에서 사서 조달토록 규정하고 있다. 기업에서 돈을 받고 할당량을 나눠주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시멘트업계가 지난 1차 계획기간(2015∼2017년) 받은 무상할당량은 1억2400만t. 이 기간 할당량 이상으로 배출한 양은 600만t에 달한다. 
1400도의 온도로 가열 중인 한 시멘트회사의 소성로.

2차 계획기간부터는 여기에 대략 1차 계획기간 무상할당량 1억2400만t의 3%인 370만t을 더한 970만t에 대해 돈을 내고 배출해야 한다. 이를 현 배출권 거래가격으로 환산하면 2134억원 규모. 지난 2016년 시멘트업계 전체 순이익인 2100억원 보다 많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번 2차 계획기간 시멘트산업은 유·무상할당업종 지정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환경부는 최근 기업간담회에서 무상할당업종 선정을 위해 26개 업종을 63개 업종으로 세분류하겠다고 발표했다.

세분류에는 온실가스 특성과 무관한 ‘한국표준산업분류(KSIC)’를 기준이 적용된다. 이 경우 시멘트업계가 고스란히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표준산업분류상 소분류로 하면 시멘트업종은 3% 유상할당에 포함된다. 시멘트업종 내 온실가스 관리 대상업체에는 시멘트뿐만 아니라 온실가스를 직접 발생시키지 않는 레미콘·콘크리트제품 제조업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시멘트산업이 차지하는 부가가치 생산액은 27.2%에 불과하다. 반면, 온실가스 관리대상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레미콘 등의 업종이 나머지 부가가치액인 72.8%를 차지한다.

즉, 전체 30%에도 못 미치는 시멘트업종이 70%가 넘는 여타 업종과 묶여 배출량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 셈이다. 레미콘이나 콘크리트제품 제조 땐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다.

표준산업분류상 시멘트업종에서 온실가스를 직접 배출하는 업종은 시멘트뿐이라는 의미다. 이로 인해 시멘트업종 내 시멘트만의 생산비용 발생도는 4분의 1 수준으로 하락, 무상할당업종에 선정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 배출권거래제 취지에 부합하는 새로운 업종분류체계의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2차 계획기간에는 표준산업분류를 사용하되 무상할당 취지에 부합하도록 대내외 경쟁력을 고려한 업종세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멘트업계는 이와 함께 산업적 특성을 고려해 시멘트를 무상할당업종으로 지정해달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큰 틀에서의 무상할당업종은 유럽연합(EU)이나 국내 기준이나 동일한 무역집약도 및 생산비용 발생도를 기준으로 선정해달라는 것이다. 소분류체계 적용 땐 시멘트산업 자체의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타산업과 달리 온실가스 감축에 불리한 제조공정을 갖고 있는 시멘트산업은 철강(5.5%), 석유화학(4.0%)에 비해 제품가격당 온실가스 구매비용(t당 2만2000원) 부담이 33%로 가장 높다.

따라서 배출권거래제 시행 이후 생산량을 줄임에 따라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수출량을 대폭 줄였다. 시멘트업계의 2017년 시멘트 수출량은 전년 대비 64% 감소했다.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지 않는 일본의 시멘트 수출량은 같은 기간 30% 이상 증가했다. 

온실가스 전문가들은 “시멘트업계가 기술적으로 더 이상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시킬 여력이 없다 보니 허용량 이내로 맞추기 위해 감산은 물론 수출마저 줄이는 상황은 산업경쟁력 측면에서도 위태롭다”, “국익을 위해 최소한의 성장동력을 유지시킬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2차 계획기간 유무상할당업종 지정 발표는 5월 중 환경부 내부협의를 거쳐 6월경 발표될 예정이다.



조문술 기자/freih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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