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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자가 ‘金자’야…감자전 대신 다른 전 드셔”
마포 전골목 가보니 껑충 뛴 감자값 실감
감자탕 집에선 통감자 빼고 토막감자로
닭한마리 음식점, 묵은지 닭볶음탕으로 대체


#1. 직장인 김모 씨는 퇴근길 한 잔 생각에 서울 마포 전골목을 찾았다. 매대에 빼곡히 진열돼 있는 수많은 전 중에 유독 감자전만 보이지 않았다. 김 씨가 “사장님 감자전은 없나요?”라고 묻자 매대 앞 직원이 “다른 전 맛있는데, 감자전 대신 다른 전 드셔. 감자전은 당분간 안해요”라고 했다.

#2. 감자탕 외식을 하러 가족과 함께 인천 주안의 한 감자탕 집을 찾은 이모(44ㆍ인천 주안동) 씨는 깜짝 놀랐다. 자주 가던 감자탕집이지만 늘 있던 통감자가 사라진 것. 대신 감자 하나를 4~5토막 낸 편감자가 있었다. 아내 서모 씨는 “요즈음 감자값이 ‘금(金)자’가 됐다더니 통감자 대신 편감자로 대체한 것 같다”고 속삭였다. 계산하고 나오는 길에 사장에게 물었더니 “감자값이 많이 올랐는데 감자탕에서 감자를 뺄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감자를 토막 내 사용하고 있다”며 “다음에 감자값 내리면 많이 넣어주겠다”고 했다.

말그대로 감자가 ‘金(금)자’가 되면서 서민들이 자주 찾는 음식점에서 감자가 사라지거나 줄어들고 있다. 

감자가 ‘금(金)자’가 된 가운데 서울 마포의 한 전집 직원이 손님이 주문한 감자전을 부치고 있다.

지난 19일 어둠이 내려않은 저녁. 서울 마포 전 골목은 귀가길 전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어떤 이는 기름진 전에 소주 한잔이 그리워서 찾았고 어떤 이는 아이들 갖다주려고 전집을 찾았다.

수험생 큰아들이 감자전을 좋아해 퇴근길 전골목을 찾았다는 심모(49) 씨는 “매대에 감자전이 없어 두어군데 돌아다니다가 겨우 감자전을 구입했다”며 “요즈음 감자값이 뛰었다고 하더니 감자전을 잘 안하는 것 같다”고 했다.

심 씨가 감자전을 구입한 전집 사장은 “감자값이 너무 올라도 너무 올라 감자전을 내놓기가 무섭다”며 “그렇다고 재료값에 따라 그때그때 전값을 올릴 수도 없어 종전 가격인 만원에 팔고 있다. 감자전은 팔아도 남는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감자가 많이 들어가는 감자탕집이나 닭볶음탕집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 감자탕집 사장은 “쌀값에 배추값에 이제는 감자값까지 출렁이면서 감자탕이 서민 음식이라는 말도 옛말”이라며 “직원ㆍ파출부 월급부터해서 안오르는게 없다”고 했다.

이 식당을 찾은 한 손님은 “예전 같으면 감자 좀 더 넣어달라면 사장이 흔쾌히 넣어주었는데 요즈음 감자값이 많이 오르다보디 더 달라는 말도 못하겠다”고 했다.

일부 ‘닭한마리’ 음식점들도 기존 닭볶음탕 메뉴를 빼고 대신 묵은지 닭볶음탕으로 대체하고 있다. 서울 신길동의 한 닭요리 전문점 사장은 “감자값이 생각보다 많이 올라 수지가 맞지 않는다”며 “묵은지 닭볶음탕이 인기라 대체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고속도록 휴게소에선 알감자 메뉴가 사라지고 있다. 휴게소에 알감자를 납품하는 한 중개업자는 “휴게소 고객이 적은 일부 휴게소를 중심으로 알감자 판매대가 아예 철수 하고 있다”며 “감자값이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휴게소 대표 메뉴도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박세환 기자/gr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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