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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루킹 파장]“100만원에 순위 올려드려요”…게임ㆍSNSㆍ대학가 점령한 ‘매크로’
-“수강신청 때 매크로 필수” 가격 천차만별
-게임업계, 구두 경고ㆍ단속해도 역부족
-용도에 따라 처벌 한계…“원천 차단 어려워”

[헤럴드경제=이현정ㆍ김성우 기자]더불어민주당 민주당원이자 파워블로거 ‘드루킹’인 김모(48) 씨 일당이 여론 조작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대학가부터 게임업계까지 일상 곳곳에서 매크로가 악용되면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크로는 여러 댓글이나 추천 등을 한꺼번에 입력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반복적인 업무가 필요할 경우 업무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을 악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복적인 작업이 성공 확률을 높이는 대학 수강신청이나 콘서트 티켓 구입, 게임 분야 등에서 자주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온라인에서 매크로 프로그램 매매는 물론 이를 이용한 암표까지 등장하고 있다. 

경찰은 대형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실린 기사 댓글의 추천 수를 인위적으로 늘려 사이트 운영을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김씨 등 3명을 최근 구속해 검찰에 송치한 뒤 범행 동기와 여죄, 공범 여부 등을 추가 수사하고 있다. 사진은 김모 씨의 블로그. [연합뉴스]

18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게임, 콘서트 티켓용 등 용도별로 사고 파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가격은 3만원부터 1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매크로 프로그램 개발 시간과 정교한 시스템 환경 구축에 따라 가격이 껑충 뛴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대학생들은 수강신청 기간에 매크로 사용은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대학생 김모(22) 씨는 “수강 신청할 때면 친구들 사이에서 매크로 사용이 많다”며 “잘 짜여진 매크로를 선배가 후배한테 물려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강신청이 한 학기의 성패를 결정하는 일이기 때문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며 매크로의 사용 이유를 설명했다.

콘서트 티켓 구입할 때도 매크로가 쉽게 이용되고 있다. 블로그나 카페에선 ‘콘서트 매크로’를 판매하거나 구한다는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까운 콘서트 티켓 구입 과정에서 티켓 구입 가능성을 높이고자 매크로를 이용한 대리 티켓팅을 시키는 것이다.

게임업계에서도 매크로의 폐해는 심각하다.

게임 레벨을 올리거나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 게임 속 전투 등 반복적인 작업에 매크로를 활용하는 것이다. 게임용 매크로 매매도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는데 일부 블로그나 카페에선 모바일 게임용 매크로만 전문적으로 팔기도 한다. 일부 게임업체들은 이용 약관에 매크로 등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할 경우 이용자 게임 계정을 제재할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역부족이다

매크로의 악용 실태가 심각해지면서 최근 한 게임 업체는 공식적으로 법적 대응을 시사하고 나섰고 일부 대학에서도 매크로 사용을 막는 프로그램을 설치하기에 이르렀다.

한 대학 관계자는 “요즘은 매크로 때문에 학교와 학생들간에 전쟁이 벌어지는 수준”이라며 “매크로를 활용하기 어렵도록 동일학번 중복 로그인 방지 기능을 이용하거나 사용자가 접속한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암호를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뜨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기술적으로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도 “매크로 모니터링팀을 따로 운영하면서 매크로 단속을 강력하게 하고 있다”며 “매크로 사용 적발시 블라인드 처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게임 이용자들은 매크로를 이용한 사실이 적발돼 최근 게임 이용을 중지당하기도 했다.

얼마 전 모바일게임에서 매크로를 이용하다 ‘과잉 사용자’로 찍혀 계정을 정지당했다는 직장인 강모(29)는 “사실 모두가 게임에서 매크로를 사용하고 있는데 지나치게 많이 쓴 수십 명만 당시 정지당했다”며 “워낙 많은 이용자들이 매크로를 사용하니 업계에선 이를 어느 정도 묵인해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현행법상 매크로 사용 자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매크로를 이용해 댓글을 조작할 경우 업무방해죄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지만 게임업계나 대학가의 경우 매크로 사용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는 실정이다.

이에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 등을 사용한자에게 2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매크로 사용을 아예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의 원천적인 차단은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인호 고려대 정보통신대학원 교수는 “편의를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 이용 목적와 결과에 따라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어떻게 사용하냐가 관건인데 단순히 매크로 자체를 규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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