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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 차별없는 세상 中-그들만의 性 ①] 발달장애인 대상 성폭행 빈번 “미투도 못한다”
-피해 상담 장애인 중 70%가 발달장애인
-부모들 “집에만 있게 할 수도 없고…” 성교육 절실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1. 21살 지적장애 2급 딸을 둔 어머니 이모(52) 씨는 몇 달 전 아이가 집에서 가슴과 성기를 만지는 등 이상한 행동을 목격했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딸은 부끄럽다는 듯 “애들이 만졌다”고 했다. 이 씨는 너무 화가 났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어렵게 들어간 시설을 그만 둘 수도 없었고 아이들을 찾아가 따질 수도 없었다. 그는 “아이는 성추행을 당하고도 반항도 못했다. 차라리 아이의 성장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2. 지적장애 여성 윤모(27) 씨는 SNS에서 만난 30대 남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평소 이성에 관심이 있던 윤 씨는 한 남성이 맛있는 것을 사주는 등 친절하게 대하자 아무런 의심 없이 그를 따라갔다. 남성은 윤 씨의 머리채를 잡아 당기고 뺨을 때리는 등 폭행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 윤 씨는 당시를 떠올리면 “너무 아프다”고 했다. 

[사진=발달장애인을 상대로한 성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외모는 비장애인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의사표현을 명확하게 하지 못해 가해자들이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

신체 나이와 정신 나이가 다른 발달장애인은 성추행ㆍ성폭력에 매우 쉽게 노출되고 있다. 18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6년 성폭력 상담소에 접수된 장애인 성폭력 상담은 2만886건이었다. 이는 전체 성폭력 상담건(10만1028)의 약 20%에 해당하는 수치다. 장애인 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성폭력 피해 사건은 2016년 기준 3038건으로, 피해자 중 절반 가량이 (49.7%) 강간을, 39.9%가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눈 여겨볼 부분은 장애 유형이다. 2013년 기준 전체 피해자 1789명 중 72%가 발달장애인이었다. 겉보기에 비장애인과 크게 다르지 않는 데다 의사표현을 명확하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이 갖고 있는 친밀감에 대한 욕구를 가해자들이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장애인 시설 내에서도 성폭행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적장애 부모 정모(42)씨는 “아이가 시설에서 동성 친구들에게 계속해서 성추행을 당했지만 장난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사회복지 선생님이 알려줘서 그때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사진=발달장애인이 보조원과 함께 걸어가는 모습.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발달장애인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는 경우도 더러 있다. 처음 성폭력을 당했을 때 이를 ‘애정 행위’라고 잘못 학습한 일부 발달장애인은 자신이 당했던 것과 똑같이 남에게 성폭행을 가하기도 한다.

발달장애인이 성폭행에 쉽게 노출되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부모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못 찾고 있다. 지적장애 10대 딸을 둔 윤모(41) 씨는 “사춘기가 되면서 아이가 성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고 있어 더욱 걱정”이라며 “아이에게 무작정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부모들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윤종술 발달장애부모연대 회장은 “발달장애인들은 숱하게 성폭력 피해를당하고 있는데도 미투 운동도 못했다. 비장애인과 달리 조금만 협박을 해도 말을 못하는 데다,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도 증거를 입증하는 게 더욱 힘들다”며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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