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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양사고·화재·지진 대응 우왕좌왕…‘안전한 나라’는 없다
선박안전 제도 강화불구 대형사고 급증
만연한 안전불감증 탓 화재참사도 빈발
지진·여진 수백회…국민, 불안감에 떨어
자성·한탄불구 획기적 대책없이 세월만…


4년 전 4월 16일, 304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은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떠올랐다. 바닷속에 잠겼던 세월호 선체는 대한민국 안전 문제의 상징처럼 여겨졌고, 4월 16일은 ‘국민 안전의 날’로 지정돼 네 번째 기념일을 맞았다.

그러나 참사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안전 대한민국’의 현실은 멀기만 하다. 참사 이후 각종 제도 개선이 뒤따랐고 각성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화재와 지진 등 연이은 참사에서 드러난 문제는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직립 공정을 앞두고 지지대 보강 작업 중인 세월호 선체.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벌어질 수 있는 대부분의 선박 문제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았던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의 선박 안전 제도는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됐다. 전국 모든 항구에는 해사안전감독관이 파견돼 연안여객선 선사와 선박을 직접 감독하고 있다. 화물 겸용 여객선의 선령 기준도 최대 30년에서 25년으로 강화됐고, 300톤 이상 연안여객선은 블랙박스 역할을 하는 선박항해기록장치 설치가 의무화됐다.

그러나 지난 12일 6명이 사망ㆍ실종된 전남 신안 앞바다 해상 충돌사고 등 해상 안전사고는 지난 4년 동안 오히려 증가 추세다.

지난 2014년 1300여건에 그쳤던 해양사고는 지난해 2500건까지 늘어났다. 해양수산부의 안전 점검에서도 지난해 중대결함으로 항행정지 처분을 받은 여객선은 20여척에 달했다. 점검 전까지 선체에 균열이 간 채로 운행해온 선박도 7척이나 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숙한 사고 대응도 여전한 문제로 지목됐다. 지난해 12월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일어난 해상충돌 사고 때도 해경은 신고 접수 20분이 지나서야 보트를 출항시킬 수 있었다. 인근 파출소에는 잠수 요원조차 없었다. 신고를 접수한 담당자는 신고자에게 비슷한 질문을 되풀이했고, 그 사이 사망자는 15명으로 늘었다.

참사 이후 반복된 대형 화재 사건도 ‘안전 대한민국’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줬다. 

29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 화재. [연합뉴스]

지난해 12월에는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에서 불이 나며 29명이 숨졌고, 뒤이어 한 달 만에 밀양 세종병원에서 화재로 46명이 목숨을 잃었다. 세월호 참사 4년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만 6건에 달한다. 직전 20년 동안 발생한 건수와 비슷한 수치다. 

두 차례 참사가 연이어 벌어진 이후 정부의 합동점검이 이뤄졌고, 지난달 국가안전대진단 합동점검 결과 전국 찜질방 1341곳 중 1/3이 넘는 515곳이 안전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적발된 업소 중 96곳은 화재 경보 또는 스프링클러를 의도적으로 꺼 놓거나 비상구를 막아놓는 등 심각한 안전 불감증을 나타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11월 규모 5.4의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의 흥해초등학교 모습.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경주와 포항에서 일어난 대형 지진도 새로운 안전 문제로 떠올랐다. 한반도가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전국은 지진 공포에 떨어야 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까지 한해 평균 50회에 그쳤던 지진 횟수는 5.8 규모의 경주지진이 발생한 지난 2016년 252회를 기록했고, 5.4 규모의 포항 지진이 발생한 지난해 223회로 집계됐다.

지진이 벌어지는 와중에 드러난 미숙한 대응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2월 4.6 규모의 포항 여진 때는 100초 안에 전달된다는 지진 경보 문자가 지진 7분이 지나서야 발송됐다. 8분 만에 문자 전송이 이뤄졌던 2년 전 경주 지진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국민의 불신도 커졌다.

새로운 지진대가 한반도에 숨어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기상청은 최근 본격적인 지하 단층 조사에 나섰다. 기상청 관계자는 “오는 2021년까지 수도권과 영남권을 중심으로 지진을 일으키는 지하 지진단층을 밝혀낼 예정”이라며 “연구가 완료되면 지진 발생의 원인 규명 및 지진동의 정밀 예측 정보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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