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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활용 분리배출 너무 헷갈려…그냥 종량제봉투에 버릴래”
플라스틱 뭐는 되고 뭐는 안되고
세척하라는데 어느 정도인지…
하루하루 ‘재활용 포기족’ 늘어
“제품 생산단계부터 개선해야”


#. ‘재활용이 이토록 복잡한 것이었다니….’ 혼자 사는 직장인 안현재(34) 씨는 며칠 전 출근길 분리수거를 하러 나갔다가 포기하고 그냥 돌아왔다. 닭강정을 담았던 플라스틱 용기를 평소처럼 플라스틱 통에 버렸더니 이를 본 이웃주민이 “이것은 재활용이 안 된다”고 말렸다. 이웃주민은 같이 들고 나왔던 솜이불도 안 된다며 잘 보고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쓰레기를 다시 한아름 들고 집에 돌아온 그는 재활용 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숙제처럼 느껴졌다. 그는 “정보가 부족하고 시간도 없어서 당분간 돈이 들더라도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재활용품 수거 거부 논란 이후 ‘재활용 포기족’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재활용품 분리수거 방법이 까다로워지자 ‘헷갈리는 것은 모두 종량제 봉투에 버리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 쓰레기통. 종량제 봉투에 담긴 일반쓰레기가 넘쳐난다.

이들이 재활용을 안 하는 이유는 비단 귀찮아서만은 아니다.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대학생 김지혜(22ㆍ여) 씨는 재활용 안내문에 적힌 십여 가지의 방법을 보고 너무 복잡하고 어려웠다고 호소했다. 김 씨는 “그동안 페트병, 캔, 플라스틱, 종이만 나눠서 버리면 되는 줄 알았는데 병 색깔 별로 다르고 뭐는 되고 뭐는 안 된다고 하니 너무 골치 아프다. 너무 복잡하면 재활용 자체를 안 하게 될 거 같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공개한 ‘올바른 재활용 방법’을 봐도 아리송한 부분들이 많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예를 들어 비닐, 스티로폼, 플라스틱 등에 음식물이 묻으면 안되기 때문에 세척을 하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일부 시민들은 “도대체 어느 정도 세척을 해야 하나” 난감함을 표하고 있다. 

종이류를 버릴 때는 비닐, 스티커를 모두 제거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동안 재활용을 잘 해왔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혼란은 더욱 컸다. 경기도 고양시의 주부 나모(58) 씨는 “재활용 표시가 돼있지 않은 일회용 플라스틱 커피잔은 재활용이 안 된다는 내용은 처음 들었다. 그동안 어디서도 안내하지 않았다”며 “정확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홍보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재활용 방법이 복잡하고 어렵다면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회용품 생산량을 줄이지 않는 이상 일회용품 안 쓰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버려야 할 일회용품은 많은데 이를 분리 배출하는 게 복잡하다 보니, 결국 재활용을 포기하는 부작용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일회용품 분리수거 방법이 보다 간결하고 명확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서 쓰레기 분리수거 방법에 대해서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대대적인 홍보를 벌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미화 자원순환연대 사무총장은 “지금까지는 아파트 재활용을 지자체가 업체에 맡겼기 때문에 홍보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지자체에서도 홍보를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일회용품 생산을 줄이고 생산단계부터 폐기단계를 고려해 재활용하기 쉽게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황인철 녹색연합 팀장은 “시민들이 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정부 측에서 플라스틱, 종이 단일화를 한다면 분리배출이 더 편해질 것이다. 생산단계에서 재활용이 잘 되게끔 만드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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