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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4주기-팽목항 르포] 애끓는 풍경소리 울리는 그곳, 파도는 여전히 거셌다
-선체 옮겨진 뒤 쓸쓸한 모습…분향소ㆍ 휴게실만 남아
-“이렇게 잊혀질 일 아닌데”…4주기 맞아 추모객 발길
-분양소 존치ㆍ둘레길 조성 등 “팽목항 잊지 말자” 노력

[헤럴드경제(진도)=유오상 기자] 참사 4주기를 1주일여 앞둔 지난 7일 진도 팽목항. 원망스런 그 날을 기억이라도 하듯 성난 파도가 몰아쳤고, 바람은 차가웠다. 팽목항 입구부터 곳곳에 걸린 노란 리본은 거센바람에 휘날렸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방파제에 걸린 풍경도 쉬지않고 아픈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전남 진도 팽목항에 설치된 노란 리본 모양의 세월호 추모 조형물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비롯해 팽목항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세월호가 바닷속에서 인양되는 순간을 지켜보려는 주민과 조문객들로 붐볐던 지난해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컨테이너를 이어붙여 만든 세월호 팽목 분향소와 미수습자 가족들을 위한 휴게소는 여전히 봉사자와 희생자 가족들의 노력으로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이곳에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분향소 입구를 지키던 정부와 시민단체의 부스 등 25동이 있었지만, 인양이 완료된 뒤 대부분 철수했다. 현재는 미수습자 가족들을 위한 미사를 진행하는 임시 성당과 분향소 관리를 위한 컨테이너만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팽목항 바로 옆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 부지에는 현재 분향소와 가족 휴게실만이 남은 상황이다. [사진=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주민들도 쓸쓸해진 팽목항 풍경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팽목항 인근에서 음식점을 하는 이성원(60) 씨는 “인양 이후 팽목항을 찾는 추모객들이 크게 줄고, 분향소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며 “이렇게 잊혀질 일이 아닌데, 점차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 이 씨는 “그러나 지금도 길을 지나가다가 방파제 앞에서 사고 해역을 한참 바라보는 사람들을 볼 때는 여전히 가슴 속 한켠에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팽목항을 찾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긴 것은 아니다. 가족 단위로 분향소를 찾는 추모객들이 많았고, 젊은 추모객들도 삼삼오오 주말을 맞아 분향소를 찾았다. 이날 30㎡ 크기의 분향소에는 조문객들이 놓고 간 꽃과 음식, 편지가 가득했다. 추모제단 한쪽에는 평소 희생자들이 좋아하던 신발과 책, 공이 놓여 있었다. 다만, 유가족들 애끓는 마음으로 아픔과 그리움을 담아 써붙였던 분향소 벽면의 메모지들은 누렇게 빛이 바래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음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이날 분향소를 찾아 서울에서 내려온 권미영(51ㆍ여) 씨는 “너무 오랜만에 찾아와서 미안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지난해 세월호 선체가 인양되는 순간에도 팽목항을 찾았던 권 씨는 “1년 만에 찾아온 게 제일 미안하다”며 “지난해보다 분향소가 많이 쓸쓸해 보여 더 미안하다”고 했다.

분향소 앞에 놓여 있는 목각 팔찌를 들고 고민하다 추모함에 만원짜리 지폐를 넣은 양성훈(30) 씨도 “지척에 살면서 바쁘다는 이유로 이번이 겨우 두 번째 방문”이라며 “희생자 가족들은 지금도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데, 나도 잊지 않기 위해 팔찌를 하나 가져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의 발길은 자연스럽게 노란 리본이 수 놓인 방파제 등대길로 이어졌다. 방파제를 따라 설치된 ‘세월호 기억의 벽’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기념비와 함께 추모 작품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이번에 처음 팽목항을 찾았다는 이경우(28) 씨는 “바람을 따라 들리는 풍경 소리를 한참 들었다”며 “벽에 새겨진 작품을 하나하나 보면서 왜 이제서야 왔을까 후회가 들었다”고 했다.

팽목항을 찾은 추모객들이 방파제에 걸린 노란 리본을 바라보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애초 세월호 선체가 목포 신항으로 옮겨가면서 철거될 것으로 알려졌던 팽목항 분향소는 당분간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유가족들도 팽목항 분향소의 존치를 원하고 있는데다 진도군과 해수부도 사고 수습 때까지는 철거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히려 최근에는 팽목항 주변에 주민들과 시민단체의 합작으로 도보 길인 ‘팽목바람길’ 개통식이 오는 14일로 예정되는 등 세월호 참사의 현장인 팽목항을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팽목 주민들과 함께 바람길을 조성한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의 유하정 작가는 “1년여 동안 주민들과 함께 길을 살피고 직접 낫을 들고 갈대를 정리해 개통식을 앞두고 있다”며 “팽목항이 계속 기억될 수 있도록 추가 도보길 조성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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