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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마이너스 경제학
최근까지 세계의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윤 극대화에 있다”는 197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의 학설을 정설처럼 여겨왔다. 여기에 반기를 든 건 그로부터 정확히 40년이 지난 2016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올리버 하트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였다.

하트 교수는 “기업은 이윤만을 추구하는 존재가 아니다”라며 기업의 사회적, 윤리적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경유차 대신 전기차, 일반 커피보다 공정거래 커피, 공장형 농장의 대량생산 달걀 대신 방목형 유기농 달걀을 더 비싼 돈을 지불하고 사는 소비자들에 주목했다. 제품의 가격보다 제품의 사회적 윤리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 기업 역시 이런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런 관점은 ‘기업이 이윤이 아니라 윤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식의 혁명적인 사고 대전환의 산물은 아니다. 기업이 플러스 성장을 지속하려면 변화하는 소비자의 의식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소극적 생존 논리에 오히려 가깝다.

기성 세대들은 학교에서 정치의 목적은 정권 획득, 기업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라고 배웠다. 틀린 말도 아니다. 지금도 국민 대부분이 이 명제에 동의하고 있다. 그랬기 때문에 비록 소극적이긴 하지만, 올리버 하트 교수의 목소리가 대중들에게 신선하게 들렸을 것이다. 그런데 주지하다시피 현실은 때로 소설이나 영화, 거장의 학설보다 훨씬 앞서 나간다.

경제학계 세계적 거장으로부터 ‘기업은 이윤만을 추구하는 조직이 아니다’라는 명제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이 때, 필자는 동네 중국 음식점에서 올리버 하트를 뛰어넘는 중국집 사장님의 존재를 목격하고 ‘마이너스 경제학’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아내가 출산 후 며칠간 병원에 입원한 사이, 첫째 아이의 저녁을 책임져야 했던 필자는 아이가 좋아하는 동네 중국집에 종종 들렀다.

첫 방문에서 아이와 필자는 나름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다.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킨 우리에게 중국집 아줌마는 짬뽕 국물과 밥 한 공기를 ‘서비스’했다. 중국집 아줌마는 “아이가 귀엽다”며 예상 못한 호의를 베풀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사흘 뒤 저녁 또 그 중국집을 찾은 부자를 알아본 중국집 아줌마 얼굴에는 ‘무슨 사연이 있나’하는 궁금증과 측은함이 교차했다. 멋적어진 필자는 “엄마가 병원에 있어서(또 왔어요)”라며 누가 묻지도 않은 질문에 애써 답하고, 또 설명을 덧붙였다.

이번에는 짜장면과 군만두를 시켰다. 값은 9000원. 그런데 아줌마는 짬뽕 국물과 밥 한 공기를 서비스로 주더니 “맛있는 거 사 먹으라”며 1만원짜리 지폐를 아이 손에 쥐어줬다.

그 순간의 충격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지금까지 배웠던 세상의 모든 이론들과 중국집 아줌마의 1만원짜리 지폐는 차원이 달랐다.

총 9000원 상당의 음식을 주문한 손님에게 음식과 1만원을 기꺼이 건넨 중국집 사장님의 스토리. 그날 이후 그 식당은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화두가 되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매일 점심과 저녁, 그 식당 앞에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선다는 사실이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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