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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쓰레기의 역습] 재활용봉투에 먹던 김치ㆍ족발 그대로…‘음식물 지옥’
-재활용품 선별장 가보니…오물에 걷기도 어려워
-60%는 다시 쓰레기로…쥐ㆍ고양이 등도 발견
-처리 비용만 수억원…“쓰레기 분리배출 지켜야”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까악~까악” 지난 6일 오후 서울 도봉구의 한 재활용 선별장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 때 아닌 까마귀 울음소리가 가득했다. 십여 마리의 까마귀들은 5m 높이의 쓰레기 산에서 먹잇감을 찾기 바빴다.

야외 선별장에서는 주로 페트병, 비닐, 캔 등 재활용품이 담긴 봉지를 여는 ‘파봉’이 이뤄진다. 사람이 직접 파봉해 재활용이 되는 것과 아닌 것을 거르는 작업을 한다. 음식물 쓰레기장이 아닌데도 까마귀가 이곳을 누비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큼 먹을 게 많기 때문이다. 

서울 도봉구 재활용품 선별장. 쓰레기 더미에서 재활용품을 찾는 게 더 어려웠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선별장에 다가가니 썩은 내가 진동했다. 각종 오물에 걸을 때마다 엿을 밟는 듯 찐득찐득했다. 첫 번째 비닐봉투를 열었더니 탄산음료 캔, 떡볶이 국물이 담긴 비닐봉지, 족발을 담았던 일회용 그릇 등이 나왔다. 캔 말고는 재활용이 불가능했다.다른 봉투에선 장아찌 담긴 통이 나왔다. 생크림 묻은 빵 비닐, 고추장 묻은 스치로폼…. 재활용 선별장은 ‘음식물 쓰레기장’이었다.

재활용품처럼 보이지만 재활용이 안 되는 것도 많았다. 일회용 테이크아웃 컵이나, 백화점이나 편의점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라스틱 용기가 대표적이다. 기자가 일회용 테이크아웃 컵을 재활용품으로 분류하자, 직원은 “재활용 마크가 없는 플라스틱은 끓는 점이 달라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컨베이너 벨트에서 쏟아지는 재활용 쓰레기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1차 선별은 마칠 기미가 안보였다. 하루 평균 50톤의 쓰레기가 쏟아지는 데 이 중 분리조차 못하고 버려지는 쓰레기가 60%가 넘는다. 장영자 청화자원 대표는 “인력이 부족하지만 인건비가 너무 많이 들어 사람뽑을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하 실내에 있는 2차 선별장에 들어서자 다시 악취가 진동했다. 약 3톤 정도의 거대한 쓰레기더미 여러 개가 벽처럼 길을 막고 서있었다. 작업을 마친 재활용품이냐고 물으니 직원이 “그냥 버리는 쓰레기를 압축시켜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처리하는 데에만 한달 평균 4000~5000만원이 든다. 재활용 선별업체가 쓰레기를 처리를 하는데 한 해 수억을 쓰고 있으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었다. 

컨베이너 벨트에서 발견된 양념장. 재활용품이 모인 곳이었지만 음식물 쓰레기로 악취가 진동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작은 계단을 따라 컨베이어 벨트로 올라가니 5~6명의 작업자들이 1차 선별을 마친 재활용 쓰레기를 다시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선별 작업을 함께 해 보았다. 쏟아지는 쓰레기 속에서 재활용품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한 비닐봉지에서 재활용이 되는 것은 1~2개뿐이었다. 먹다 남은 요구르트, 김치, 커피가 컨베이어 벨트에 뒹굴었다. 죽은 쥐나 고양이가 나오는 일도 있다고 했다. 뭐가 나올지 모르는 비닐봉지가 두려울 정도였다. 한 작업자는 “2000년대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요새 너무 심해졌다. 과연 이게 재활용품으로 내놓은 것으로 보이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정신없이 쓰레기를 고르다 보니 어느새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코를 막는 마스크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마스크를 벗으면 악취가 엄습하고 마스크를 쓰면 숨이 막혔다. 건너편에 있던 한 작업자는 “이 곳은 음식물 처리장이 아니라 재활용 선별장이다. 분리수거만 제대로 됐어도 악취가 풍길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활용이 되지 않는 쓰레기 더미들. 약 1톤에 달하는 쓰레기 더미가 수십개 놓여 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이들은 시민들이 재활용 분리배출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쓰레기를 처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재활용업체 대다수가 재활용 쓰레기를 선별하고 처리하는 데에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이 재활용품 수거를 거부하고 국제 유가 하락 등으로 재활용품 가격이 떨어져 재활용품 수요가 뚝 떨어졌다. 말 그대로 재활용품을 팔 여력도, 돈도 없는 게 현실이다.

장 대표는 “지금이라도 시민들이 분리 배출을 제대로 잘 해주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어떠한 곳에서도 재활용 쓰레기를 받을 수 없을 것”며 “이제는 아파트에서 업체에 돈을 줘서라도 쓰레기를 처리하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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