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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물수수액 231억ㆍ최고 국정책임자…朴 중형 선고에 결정타
-법원, 뇌물수수액 231억여 원 인정…최고 무기징역 선고 가능

-최고 국정책임자로서 뇌물범행 주범인 점 영향

-18개 혐의 동시에 받는 ‘경합범’…형량 가중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법원이 박근혜(66)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을 선고한 건 예견된 결과였다. 이미 뇌물수수 혐의 공범인 최순실(62) 씨가 1심에서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뇌물죄란 공무원이 주범인 범죄인 만큼, 국정최고책임자였던 박 전 대통령에게 최 씨보다 무거운 책임을 물을 것으로 예상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는 6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세간의 예상대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 원을 선고했다. 징역형은 최 씨보다 4년 많은 수준이고 벌금 액수는 같았다. 현행법상 선고할 수 있는 유기징역의 최대가 징역 30년인 점을 감안하면, 재판부가 중형을 선고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출처=연합뉴스]

형량을 좌우한 건 결국 뇌물수수 혐의였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592억 가운데 절반 가까운 231억 9000여만 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은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게 됐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서는 공무원이 1억 원 이상 뇌물을 받았을 때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형을 선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판사들이 형량을 정하는 기준이 되는 대법원 양형기준에서는 뇌물을 5억 원 이상 받은 경우 징역 9년에서 12년을 선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가중처벌 요소가 있을 경우 징역 11년에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재판부는 삼성이 박 전 대통령에게 총 72억 9000여만 원의 뇌물을 줬다고 인정했다. 최 씨의 독일법인 코어스포츠에 정유라 씨 승마지원 명목으로 보낸 말값과 용역대금을 합친 액수다. 롯데그룹으로부터 면세 사업자 재승인을 돕는 대가로 받은 K스포츠재단 추가지원금 70억 원과, SK그룹에 요구한 89억여 원도 모두 뇌물로 인정됐다.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최 씨도 박 전 대통령과 같은 231억 원 대 뇌물 혐의를 유죄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에게는 최 씨보다 가중처벌 요소가 많았다. 법원은 대통령 권한 없이는 일련의 뇌물수수 범행이 이뤄질 수 없었다고 보고 무거운 형량을 택했다. 재판장인 김세윤 부장판사는 6일 선고공판에서 “주된 책임은 헌법상 부여한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으로부터부여받은 지위와 권한을 사인에게 나눠준 박전대통령과 이를이용해국정을 농단하고 사익을 추구한 최씨에게 있다고 봐야한다”며 “다시는 이나라의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함부로 남용해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계하기 위해서라도 범죄사실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양형기준에서도 3급 이상 공무원이 뇌물을 받았을 때 가중처벌 대상으로 삼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최 씨에게 속았을 뿐”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반성하지 않은 점도 양형에 독이 됐다. 재판부의 선고문에는 적혀있지 않지만,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구속 연장 이후 정당한 이유 없이 재판 출석을 거부한 점도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 혐의 외에도 여러 혐의를 받고 있어 더욱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여러개 혐의를 동시에 받는 경합범에게는 형법에 따라 최고 형량의 절반까지 가중될 수 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18개 혐의 가운데 16개를 유죄로 봤다. ▷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의 명단을 만들어 지원을 끊은 혐의 ▷기업들을 압박해 최 씨의 회사와 계약을 맺도록 한 혐의 등 모두 헌법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 혐의인 터라 중형을 피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합당한 이유 없이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들에게 사직을 강요해 직업공무원제의 근간을 훼손했고 장기간에 걸쳐 문화예술계 전반에 대한차별적인지원이 이뤄져 다수의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 유무형의 불이익을 당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기업으로부터 받은 뇌물을 직접 챙기지 않은데다, 롯데로부터 받은 70억 원을 전부 되돌려준 점은 형량을 정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챙긴 뇌물액수 72억 9000여만 원에 2배 가까운 180억 원을 벌금으로 물렸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서는 뇌물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뇌물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벌금을 내지 않으면 실형을 마친 뒤 최대 3년 동안 노역장에 유치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주 7일 일한다고 가정하면 일당은 1634만 8000여만 원인 셈이다.

국정농단 1심이 일단락됐지만 곧바로 박 전 대통령의 최종 형량을 가늠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36억 5000만 원을 부당하게 상납받고 친박 의원들을 공천 후보로 올리기 위해 불법 여론조사를 한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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