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엄중 책임 물어야”
-18개 혐의 가운데 16개 유죄 인정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법원은 박근혜(66)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을 선고하면서 ‘국정농단의 주범’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비선실세를 위해 휘두른 박 전 대통령이 주된 책임을 져야한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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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연합뉴스]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는 6일 오후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 원을 선고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도 건강상 이유로 출석이 어렵다며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법원의 구속연장 이후 계속해서 재판 출석을 거부했다. 수사검사 9명과 국선전담 변호사 2명만 법정에서 재판부 판단을 경청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농단 사범 가운데 가장 무거운 형량을 선고했다.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여 원, 추징금 72억 9000여만 원을 선고받은 최 씨보다도 4년 많은 수준이다. 재판장인 김세윤 부장판사는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에게 받은 권한을 함부로 남용해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불행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최 씨에게 속았다”며 책임을 떠넘긴 점도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뇌물수수 범행으로 혜택을 본 건 최 씨일 뿐 박 전 대통령은 직접 이득을 챙기지 않은 점, 롯데로부터 받은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금을 돌려준 점도 형량에 반영됐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의 18개 혐의 가운데 16개가 유죄로 인정됐다. 유죄 판결된 11개 혐의는 모두 최 씨의 이익을 챙겨주기 위한 범행이었다. 대기업으로부터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 774억 원을 강제 모금한 혐의와 삼성으로부터 승마지원 명목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 최 씨 소유 회사와 계약하도록 현대차 등 기업을 압박한 혐의 등이다.
박 전 대통령이 최 씨 민원에 따라 기업을 압박했다는 검찰 주장도 받아들여졌다. 박 전 대통령은 “최 씨의 이익과는 관계없이 문화ㆍ예술 부흥과 중소기업 지원 등 정책 목적으로 지원을 요청했고 기업들도 재단 취지에 공감해 자발적으로 출연했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형량을 좌우할 뇌물 혐의와 관련해서는 검찰이 제시한 592억 원 가운데 231억 9000여만 원만 유죄로 인정됐다. 삼성이 최 씨의 독일 법인에 말값과 용역대금으로 건넨 72억 9000여만 원을 재판부는 뇌물로 봤다. 박 전 대통령이 롯데로부터 받은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금 70억 원과 SK에 요구한 89억 원도 뇌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재판부는 삼성이 미르ㆍK스포츠재단과 영재센터에 출연한 금액을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며 뇌물로 볼 수 없다고 결론냈다.
재판부는 이른바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범행’에도 박 전 대통령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ㆍ예술인들의 명단(블랙리스트)을 만들어 지원을 끊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청와대의 기조는 모두 ‘좌편향’돼있는 문화예술계를 시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박 전 대통령의 인식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박 전 대통령이 구체적인 지원 배제 계획 및 방안의 주요 사항을 보고 받고 승인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블랙리스트 작성과 활용은 정책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평등의 원칙과 문화기본법에 어긋나는 위헌적이고 위법한 조치”라며 이를 반박했다. 재판부는 블랙리스트 활용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문체부 1급 공무원의 사표를 받아낸 것도 대통령의 직권을 남용한 범죄행위로 평가했다. 최 씨에게 불리한 대한승마협회 감사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이날 선고를 끝으로 국정농단 사범들에 대한 1심 재판은 모두 마무리됐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17일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지 354일 만이다. 그동안 재판이 100회 열렸고 138명이 법정에 나와 유례없는 국정농단 사태를 증언했다. 핵심 공범인 최 씨와 안 전 수석 등 9명은 항소심에서 법정공방 2라운드에 돌입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23명은 최종심인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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