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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준생의 눈물①]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 연락도 없다”…자체 소송준비
-구제책 발표만…되레 부정입사자들이 시위도
-“다른 직장 옮겨…‘재응시’ 구제책 소용 없어”
-형사재판 결과 기다리는 사이 피해는 계속돼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TV에서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피해자들을 구제해 줄 것이라는 얘기가 반복되는데, 정작 피해를 구제해 줘야 할 당사자들은 주변 눈치만 보는 것 같아 기다리는 것도 지칩니다.”

정부가 지난 1월 공공기관과 단체 채용 과정에서의 비리를 조사하며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 방침을 밝힌 지 두 달여가 지났지만, 정작 피해가 확인된 피해자들조차 해당 기관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한 채 개별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헤럴드경제DB]

지난해 9월 감사원 감사를 통해 과거 금융감독원 채용 당시 합격 점수를 받고도 채용비리로 억울하게 탈락한 정모(32) 씨 등 피해자들은 현재 서울남부지법에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재판 일정이 늦춰지며 이달 말 첫 변론기일을 앞둔 피해자들은 모두 “금감원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한 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언론이나 청와대 발표에서는 곧 채용비리 피해자들이 모두 구제받을 것처럼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정작 피해 당사자들에게는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며 “오히려 손해배상 소송을 시작하자 대형 로펌 소속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구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현재 당시 금감원 채용비리에 연루된 전직 임원들은 모두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금감원은 최근 당시 채용비리로 부정 입사한 입사자 10여 명을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피해자 구제 방안에 대해서는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감사원의 감사와 검찰 수사 도중에서야 자신이 채용비리로 억울하게 탈락한 사실을 안 피해자 중에는 정 씨처럼 소송에 나선 경우도 있지만, 일부 피해자들은 피해가 확인됐음에도 현재 은행이나 다른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있어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원랜드 채용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탈락한 A(30) 씨도 비슷한 상황이다. 채용비리 피해자들에게 다시 응시 기회를 주는 등의 구제책이 발표됐지만, 이미 다른 직장이 있어 발표된 구제책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데다 최근에는 채용이 취소된 직원들이 선별적 구제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주변의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A 씨는 “구제책이 발표됐지만, 정작 당시 지원했다 탈락한 다른 지원자들의 마음은 심란하기만 하다”며 “오히려 채용이 취소된 직원들이 집회에 나서면서 재응시를 포기한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는 “비리를 저지른 기관에서 알아서 구제책을 마련하고 우리에게 다시 기회를 준다는 식으로 발표하는 모습에 오히려 화가 났다”며 “피해자만 더 늘어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최근 금감원의 조사 결과가 나온 시중 은행 채용비리 피해자들은 더 막막한 상황이다.

시중은행 9곳과 은행연합회가 지난달 20일 TF를 만들어 피해자 구제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민간회사의 경우 피해자 구제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채용비리의 경우, 관련자의 형사재판 결과가 나온 후에야 피해자 구제 대상 등이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피해자 입장에서는 실제 구제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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