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청와대만 보이고 부처가 안보인다
靑 광폭행보 ‘안되는 일 없다’
국방·외교·법무 등 엇박자 노출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국민 지지율이 70%에 육박하는 상황은 ‘청와대가 움직이면 안되는 일이 없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다만 청와대가 광폭행보를 보이면서 각 주무부처와의 사전 의견 조율에 있어선 다소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처는 안보이고 청와대만 보인다는 비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문무대왕함 파견 논란이다. 4일 청와대와 군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말 베트남·아랍에미리트(UAE) 순방 중 아프리카 가나 해역에서 한국 국민이 해적에게 납치됐다는 보고를 처음 받았다. 문 대통령은 귀국일인 지난달 28일에는 청해부대를 현장에 급파하라고 지시했다. 문무대왕함은 현장으로 출동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배제됐다는 점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정경두 합참 의장에게 직접 문무대왕함의 이동을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행 국군조직법 하에서 명령·지휘 체계에서 벗어난다. 국민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운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되면서 군 명령 체계를 어겼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가나 피랍 사건과 관련해선 ‘엠바고 해제’ 논란도 불거졌다. 통상 외교부는 한국인이 해적에게 피랍됐을 경우 기사 보도 유예(엠바고)를 기자단에 요청한다. 기사가 도리어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직접 해적과 협상 또는 대치 할 경우 오히려 해적의 협상력이 높아질 수도 있다는 점도 우려한 조치였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외교부가 ‘엠바고 해제’를 알린 뒤 1시간도 안돼 청와대에서 문무대왕함 현지 급파 사실을 알리며 보도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선사와 인질범이 협상을 하고 정부는 뒤에 빠져 있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관례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대응 매뉴얼 재검토에 들어갔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선 ‘검찰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수사권 조정의 양대 주체인 검찰과 경찰 가운데 검찰의 의견이 수사권 조정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비판이었다. 특히 문무일 검찰총장이 “자치경찰제 완료 후 수사권 조정이 가능하다”고 밝힌 것에 대해 청와대가 “불가한 일”이라고 밝히면서, 법무부 대신 청와대와 검찰이 직접 충돌하는 양상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지난 2월 대북 특사단에 주무부처 장관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배제되고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들어갔다. 평창올림픽 당시엔 청와대 인사가 올림픽 지휘를 위해 평창에 파견됐고, 최근 평양에서 공연한 남측 예술단에도 청와대 관계자가 ‘상황관리’를 위해 동행했다.

이같은 청와대의 ‘광폭행보’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한 전직 관료는 “대통령제 특성상 청와대 자체적으로 외교안보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대통령이 판단한 것 자체를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며 “외교안보 정책은 온전히 청와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또다른 전직 관료 출신은 “기본적으로 현 정부는 관료조직을 적폐 또는 개혁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며 “청와대가 모든 것을 다하면 각 부처가 청와대만 바라보게 된다”고 비판했다.

홍석희·문재연 기자/hong@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