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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북한은 달라졌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또는 그런 것”, 국어사전이 정의하는 ‘비현실적’의 의미다.

2018년 봄, 매일같이 비현실적 장면들을 목도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남한 걸그룹이 나란히 하고, 부인 리설주 옆에 ‘가왕’이 자리한 마치 합성 같은 사진을 본다.

K팝 유입을 철저히 단속하던 북한의 최고지도자는 남한 가수 노래 한곡 한곡이 끝날 때마다 열렬히 박수치고 호응하는가하면, 가을공연 제안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해달라면서 자신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하겠다”고 북한식 농담을 던진다.

남한 가수의 노래에 북한 여성이 두손을 깍지 낀 채 눈물흘리는 모습도 보인다.

평양공연을 마치고 돌아와 “다들 이게 현실적으로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감동했다. 제 생각도 그렇다”고 한 윤상 음악감독의 소감은 그만의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몇 년 전 비슷한 경험을 겪은 적이 있다. 2014년 10월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내려온 황병서ㆍ최룡해ㆍ김양건 등 당시 북한 ‘실세 3인방’을 눈앞에서 봤을 때 요새 시쳇말로 ‘이거 실화냐’와 같은 느낌이 곧장 머리를 때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김정은과 황병서, 평양과 인천의 차이만큼 우리 예술단ㆍ태권도시범단의 공연을 계기로 한 감동과 충격이 더 크리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13년만에 두 차례에 걸쳐 평양에서 진행된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봄이 온다’, ‘남북예술인들의 연합무대-우리는 하나’라는 공연 제목처럼 한반도에 성큼 봄이 다가오고, 남북이 하나될 것 같다는 성급한 기대감도 생긴다.

실제로 북한은 달라졌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겠다”고 한 이후 핵ㆍ미사일 도발은 일단 멈췄다.

남한도 달라졌다.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한반도기 공동입장과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때까지만 해도 곱지만은 않았던 시선은 평양공연을 계기로 ‘뒤늦은 후회’가 김 위원장의 애창곡으로 알려지면서 33년만에 음원사이트 1위에 오르는 역주행을 일으킬 만큼 바뀌었다.

그러나 북한은 달라지지 않았다. 북한은 남북 예술인들이 손잡고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던 날 국가보다 앞세우는 노동당 기관지를 통해 “천안함 폭침은 남한의 조작극”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이례적으로 남북행사에서 있었던 일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밝히긴 했으나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이다”며 천안함을 희화화한지 이튿만의 일이다.

북한은 같은 날 관영매체를 동원해 남한 정부의 유엔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환영에 대해 “시대착오적인 바보짓”이라면서 “남조선 당국이 대화의 막 뒤에서 불순한 행위들을 거리낌 없이 일삼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남한 당국이 김영철의 ‘천안함 발언’에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못한 것과 대조적인 장면이다.

국어사전은 ‘비현실적’의 유의어를 ‘공상적’, ‘낭만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모처럼 찾아온 한반도의 봄이 공상과 낭만에 그치지 않으려면 북한의 달라진 모습과 달라지지 않은 모습에 동시 대응할 준비와 태세를 갖춰야한다. 공상과 낭만에 머물러서만은 안된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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