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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南예술단 13년만에 평양공연…김정은, 출연진과 악수·사진촬영
레드벨벳 무대에 北관객 박수·호응
조용필 ‘친구여’ 등 합창으로 마무리
김정은 관람후 “가을엔 서울서 공연”


“이렇게 약속을 빨리 지킬 수 있을지 몰랐다. 봄에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남과 북, 북과 남의 관계에도 희망이라는 꽃이 피어나고 있다.”

1일 오후 6시50분 동평양대극장에서 마련된 우리 예술단의 평양공연 사회를 맡은 가수 서현은 평창올림픽 때 삼지연관현악단과 함께 노래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이번 공연을 “남측 시민들이 받은 감동에 대한 선물”로 생각해 달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가왕’ 조용필의 평양 공연 이후 13년 만에 이뤄진 한국 가수들의 이번 공연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관람했다. 김정은이 집권 후 한국 예술인들의 공연을 직접 관람한 것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공연 중 박수를 치며 호응했고, 공연 후엔 출연진과 일일이 악수하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문화예술공연을 자주 해야 한다. 남측이 ‘봄이 온다’는 공연을 했으니 가을엔 결실을 갖고 ‘가을이 왔다’라는 공연을 서울에서 하자”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당초 오후 5시에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북한측의 요청으로 오후 6시50분으로 늦춰졌다. 김 위원장이 3일 합동공연을 보기로 했다가 다른 일정이 생겨 이날 단독공연을 관람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공연은 관현악으로 편곡한 아리랑이 흘러나오면서 스크린에 봄꽃이 피어오르는 홀로그램 퍼포먼스로 막이 올랐다. 피아니스트 김광민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를 연주하자 가수 정인이 허밍으로 따라 부르며 무대에 올라 첫 무대를 장식했다. 이어 알리가 무대에 올라 ‘펑펑’을 노래한 뒤, 둘은 ‘얼굴’을 차분한 목소리로 들려줬다. 백지영은 북한에서 한국 대중가요 중 최고 인기곡 중 하나로 꼽히는 ‘총 맞은 것 처럼’을 부른 뒤, ‘잊지 말아요’를 애절하게 노래하며, “오늘을 잊지 말고 오늘 더 활발한 남북교류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화제를 모은 걸그룹 레드벨벳이 ‘빨간맛’과 ‘배드 보이’를 부르자 관객들은 박수치면서 호응했다. 멤버 예리는 공연이 끝난 후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크게 박수를 쳐주시고 따라 불러주셔서 긴장이 많이 풀렸다”고 말했다. 이날 가수 서현은 북한 최고의 가수로 불리는 김광숙의 대표곡인 ‘푸른 버드나무’를 불러 시선을 모았다. 이 노래는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지침을 내려 만든 노래로 알려졌다.

함경도 출신 실향민 부모를 둔 가수 강산에는 아버지를 그리는 노래 ‘…라구요’와 함경도 사투리가 들어간 ‘명태’를 부른 뒤, “아버지를 위해 함경도 특산물 명태로 곡을 지었다. 뒤늦게 예술단에 합류하며 이 곡을 꼭 부르고 싶었다”고 말했다.

2시간 10분 정도 진행된 11개 팀의 공연은 참여가수들이 조용필의 ‘친구여’와 북한 노래 ‘다시 만납시다’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면서 막을 내렸다.

13년 만에 평양무대를 다시 밟은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기타리스트 최희선 씨는 “눈이 먹먹해져 악보가 보이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객석의 반응은 뜨거웠다. 윤상 음악감독은 “북한 측은 우리의 선곡 리스트에서 가사나 율동 등에 수정 요구를 따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윤미 기자·평양=공동취재단/m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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