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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FTA’를 美北협상 ‘볼모’로 잡는 트럼프
“FTA, 北 협상 이후 미룰수도
왜냐면…매우 강력한 카드”
외신 “지렛대 삼으려는 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실상 합의된 한미FTA 개정을 “북한과의 협상 이후로 미룰 수 있다”고 밝혀 진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보를 지렛대 삼아 한국과의 통상문제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격적인 방중과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 조치’ 발언, 그리고 남북정상회담 개최일 발표 몇 시간 만에 나온 발언이어서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오하이오 주 리치필드에서 열린 대중 연설에서 한미FTA 개정 결과에 대해 “훌륭하다”고 자평하던 중 불쑥 “북한과의 협상이 타결된 이후로 (FTA 개정을) 미룰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왜 이러는지 아느냐. 이것이 ‘매우 강력한 (협상) 카드(very strong card)’이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대우받도록 확실히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4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 타결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는 발언은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등 한반도 정세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5월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기획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미국 역시 한국을 상대로 통상 문제를 지렛대 삼아 ‘최대 압박’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남한→북한’으로 이어지는 압박 가운데, 남한 압박에 ‘통상 지렛대’를 끼워넣겠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란 분석이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의 발언이 ‘한국에 대한 협박’이라고 분석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한미FTA를 지렛대로 삼으려는 차원이다. 발언은 남북이 정상회담 일정을 발표한 가운데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AP통신은 “복잡하고도 정치적 논쟁 소지가 있는 FTA 개정 이슈가 자칫 미국이 위험부담이 큰 평양과의 협상을 진행하는 데 있어 대북 한미 공조 전선을 분산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은 “미국의 일부 관료들 사이에서는 한국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합의 도달에 치우친 나머지 ‘취약한 합의’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즉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책을 경계하고 미리 견제구를 날린 것이란 해석이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진의를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이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외교안보문제에 있어 한미간 신뢰는 흔들림이 없다. 이미 라이트하이저(USTR 대표)와 원칙적으로 공동발표한 마당에 그게 무슨 의미인지 우리도 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오전에 문 대통령에게 관련 보고가 올라갔다. 백악관에서 추가 발언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백악관 관계자들도 예상치 못한 ‘돌출발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백악관과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즉각적 반응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현장에서 돌발적으로 불거진 발언인 만큼 특유의 과장 화법에 따른 레토릭(수사) 성격이 강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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