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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전자 가위’의 놀라운 힘…인간의 미래 ‘양날의 칼’
질병에 강한 쌀, 쉽게 무르지 않는 토마토, 다중불포화지방이 든 건강에 좋은 콩…

영양과 건강을 높이기 위한 이런 식품을 얻기위해 과학자들은 주로 형질전환기술을 이용해왔다. 생물의 게놈에 다른 종의 DNA를 삽입하는 기술이다. 최근엔 굳이 이런 번거로운 작업을 하지 않는다. 생물 자체의 DNA염기 몇 개만 갈아끼우는 식으로 간단히 해결한다. 일명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기술이다. 잘못된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제한효소를 이용해 잘라내는 이 기술은 가히 혁명으로 불린다. 유전 질병이나 돌연변이의 정체를 알고 있는 질병은 모두 문제 DNA를 잘라 편집하는 식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또 돼지 DNA를 인간화하거나, 중국에선 인간 배아에서 치명적인 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를 편집하는 데 성공했다.


‘크리스퍼가 온다’(프시케의숲)는 이 기술을 개발한, 노벨상후보로 꼽히는 제니퍼 다우드나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직접 쓴 책으로,유전자 가위 연구의 여정과 과제를 담고 있다.

크리스퍼를 개발하기 까지 연구과정은 첨단 생명공학의 현장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지만 역시 눈길을 끄는 건 크리스퍼의 무한한 잠재력이다.

과학자들이 ‘크리스퍼 혁명’으로 부르는 이유는 무엇보다 가격에 있다. 크리스퍼 실험실은 230만원 정도면 차릴 수 있고, 15만원이면 유전자 편집 키트를 구매할 수 있다. 종래 수 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던 걸 며칠이면 가능하다. SF에서나 가능한 형광 빛이 나는 돼지, 뿔이 없는 젖소 등은 이미 현실화됐고, 멸종된 동물을 복원하려는 모험도 진행중이다. 날개달린 도마뱀, 유니콘 등 상상 속의 동물을 만드는 것도, 해로운 동물이나 병원체를 강제적으로 멸종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동물 장기 이식은 이제 먼 얘기가 아니며, 보다 정확하게 인간 질병 모델을 실험동물에 만드는게 가능하다.

즉 원숭이로 자폐증 모델을, 돼지로 파킨슨병 모델을, 흰담비로 인플루엔자 모델을 만드는 식이다.

이런 생명 설계의 힘은 놀라운 기회를 만들어내지만 반대로 위험성을 내포하기 마련이다. 저자의 목소리도 여기에 힘이 실린다. 사용 제한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특히 인간 배아에 적용될 경우 문제는 심각하다.

다우드나 교수는 원자폭탄 발명의 선례를 들어, 어쩌면 먼 훗날 크리스퍼와 유전자 변형 인간에 관해 똑같이 말할지도 모른다며 불안감을 드러낸다. 이에 따라 다우드나는 2015년 미국 국립과학원, 중국 과학학술원, 영국 왕립학회 공동 주관으로 ‘국제 인간유전자편집 회의’를 소집, 이런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김진수 서울대 교수는 ’추천의 말‘에서 각국이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유전자 가위기술과 관련, 시대착오적이고 부적절한 규제는 폐지하고 합리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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