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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美외교관 60명 ‘맞추방’…美도 추가보복 시사
러 외무 “상호주의 따른 조치”
타 국가도 동일한 수 맞추방 예고
갈등 격화…‘신냉전’ 우려 심화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스파이 부녀 암살 사건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러시아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서방에 맞불을 놨다. 서방국가와 러시아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국제사회가 냉전시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9일(현지시간) APㆍAFPㆍ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미국 외교관 60명을 추방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재 미국 영사관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가 미국에 ‘보복카드’를 꺼내들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미국 외교관 약 60명을 러시아에서 추방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6일 미국이 영국에서 일어난 러시아 출신 이중 스파이 부녀 독살 시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러시아 외교관 60명을 추방한 데 대한 보복 성격의 조치다. 러시아 외무장관은 브리핑에서 “이번 조치는 상호주의에 따른 것”이라며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한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동일한 수만큼 맞추방하겠다고 강조했다. [AP 연합뉴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조치는 상호주의에 따른 것”이라며 미국 외교관 추방 방침을 밝히고,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한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동일한 수만큼 맞추방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영국에서 일어난 러시아 출신 이중 스파이 부녀 독살 시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미국이 자국 및 유엔에 주재하는 러시아 외교관 60명을 추방하자 러시아가 맞불 전략을 구사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외교관들은 다음 달 5일까지 러시아를 떠나야 하고, 미국 영사관은 2일 이내 업무를 중단해야 한다고 러시아 현지 통신들은 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과 영국의 ‘잔혹한 압박’으로 이들의 동맹국들이 “반러시아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미 정부에 러시아에 대한 중상모략과 양국 관계를 해칠 수 있는 몰지각한 행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러시아의 이같은 결정에 “러시아 정부가 외교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추가 보복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무부 헤더 나워트 대변인은 “우리에게 준 추방자 명단을 보건대 러시아가 양국의 중요한 이슈에 대해 대화할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며 “러시아는 피해자처럼 행동하지 마라. 우리도 대응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EU국가와 미국 등 25개국은 군사용 신경안정제를 사용해 전직 스파이 부녀를 암살 시도한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면서 모두 150명의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하기로 했다. 이렇게 많은 수가 추방된 것은 냉전 시대 이후 처음이다.

프랑스 국제라디오 RFI는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서방국가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반발하며 러시아와 서방국의 관계가 냉전 이후 최악에 빠졌는데 또 한번의 위기가 왔다고 평했다.

냉전시대보다 오히려 갈등을 풀기가 더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냉전 시대에는 상황이 고조돼 긴장 수위가 높아지면서 상황이 손 쓸 수 없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한 통제와 소통 기제가 있었으나 이제는 모두 해체됐다”며 “효과적인 소통과 상황 고조 차단을 막는 예방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반대하는 서방국과 러시아를 두둔 또는 방임하는 국가로 나뉘어 대리전 양상도 보인다.

오스트리아는 전직 러시아 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과 관련해 EU 등 서방의 러시아 외교관 추방 대열에 불참하면서 EU의 불만을 사고 있다.

또 중국은 서방의 러시아 외교관 추방은 경솔한 행동이라며 미국과 동맹국들이 자국 이익에 기반한 행동을 하면서 세계 권력체계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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