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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아직도 수두룩한 일제 지명
생체실험, 해방직후 징용자 귀국선 학살까지 자행한 일제는 대한민국을 지우려는 온갖 수작(酬酌)도 부렸다. 70여년간 쇠말뚝 제거<사진> 등 흉칙한 일제 잔재를 없애는 노력이 있었지만, 일제식 지명들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예쁜 우리 이름을 제거한 뒤 그들이 벌인 작명 수법은 한국 문화 비하, 일본 지명 이식 등이다.

‘고원견산’이라는 높은 봉우리를 ‘중대갈봉’으로 비하시켰고, 억새 등이 많아 ‘새밭’으로 불리던 곳을 날아다니는 새(鳥:조)로 바꾼 뒤 어감이 나쁜 ‘조롱터’로 둔갑시켰다.


아름다운 전래 이야기를 지우려고 한자 바꿔치기도 감행했다. 왕(王)자를 왕(旺)으로, 장생의 뜻인 거북 구(龜)를 아홉 구(九)로. 진취적 의미의 비룡(飛龍)을 미룡(美龍)으로 수정해 스토리에 담긴 혼을 덮었다. 송우암 선생이 반석위에서 시를 읊었던 곳, ‘영귀암(詠歸岩)’을 일제는 ‘영원히 가버린 곳’이라는 뜻의 ‘泳歸岩’으로 대체했다.

마을 중심지는 일본식 본동(本洞)으로 바꾸고, 정(町), 통(通), 정목(丁目) 등 그들의 지명 속성을 이식한 경우는 수두룩 하다. 전통을 품은 마을 이름을 숫자나 방위만으로 표시했다. 일죽면, 이죽면, 삼죽면 하는 식이다.

중지도(中之島:나카노지마) 처럼, 우리 전통 이름을 지우고 일본에 있는 지명을 이식하기도 했다. 긴 마을이라는 뜻의 진말을 길장(長), 으뜸종(宗)으로 임의 해석한 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永(길영)과 興(흥할흥)으로 표기, ‘영흥’이라는 이름을 쥐어짜내기도 했다. 물론 아주 오래된 진짜 영흥도 있다. 범굴을 호동(虎洞))으로 바꿔 순우리말을 제거하려고도 했다.

최근 강원도가 수많은 일본식 이름을 우리 것으로 환원키로 하는 등 몇몇 지자체들이 일제 지명 퇴치에 나섰다. 푸른 하늘 가만히 우러러보는 3월이 가기 전에 반드시 짚어야 했던, 소중한 ‘역사 바로세우기’이다.

함영훈기자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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