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구제역이 엄습해왔다.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된 경기 김포 소재 돼지농장에 대한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정밀검사 결과 구제역 ‘A형’으로 확인된 것이다. 농식품부는 긴급 방역심의회를 열어 발생농장을 포함 3㎞ 내에 있는 농장의 돼지들도 모두 살처분키로 했다. 이와함께 위기경보단계를 가장 높은 ‘심각’으로 격상하고 전국 모든 우제류 가축농장 및 관련 시설에 대해 27일 낮 12시부터 48시간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발령했다. 또 구제역 발생지역인 경기도와 대규모 사육단지가 위치한 충남지역은 돼지 전 농가에 대해 ‘O+A형’ 예방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처럼 강력한 초동 조치에 나선 것은 돼지농가에서 백신접종이 전혀 안 된 A형 구제역 유형이 처음 발생했기 때문이다. 느슨한 방역체계로는 확산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국내 돼지농가들이 A형 구제역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87건의 A형 구제역 가운데 돼지는 3건에 불과하다. 그래서 우리도 정책적으로 O형만 접종하고 있다. 방어 바이러스의 종류가 많을수록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이다.
백신의 항체 형성률도 허점이 많다. 지난해 방역당국의 조사 결과 소의 경우 백신 접종을 통한 항체형성률이 64%에 불과하고, 일부지역에선 아예 항체가 만들어지지 않은 곳도 나와 충격을 줬다. 물백신이란 말이 떠돌 정도였다. 돼지는 소보다 항체형성률이 떨어진다. 돼지 농가의 인식 수준도 느슨해졌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구제역은 지난해 2월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 등 일부 지역에서 9건이 발생했는데 모두 소 농가였다. 돼지 농가의 발생은 지난 2016년 3월 충남 홍성이후 2년만이다.
돼지는 좁은 공간에 여러 마리를 가둬 키우는데다 구제역에 걸리면 공기 중으로 배출하는 바이러스 양이 소보다 최대 1000 배 가량 많아 삽시간에 퍼질 위험이 크다. 백신도 태부족이다. 현재 확보된 O+A형 백신은 800만 마리분인데 경기도와 충남도의 사육돼지만도 420만마리가 넘는다. 마리당 두번을 접종해야 하니 이들 지역 필요분도 안된다는 얘기다. 전국적으로는 1000만 마리 이상이 사육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2010~2011년의 ‘구제역 대란’이 재연 우려는 오히려 당연하다. 당시 소ㆍ돼지 348만마리가 살처분되고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유출돼 토양과 지하수까지 오염됐다. 그야말로 대재앙이었다. 정부는 철저한 초동대처로 전국 확산을 막아야 한다. 이동제한에 더해 출입차단 등 방역관리, 예방조치까지 빈틈이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