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납여행은 한반도와 인연이 깊은 쓰시마 섬의 다이묘였던 소가문의 고문서를 돌려주는 여정으로 시작된다. 저자는 심한 질책을 들을 거라며 단단히 각오하고 담당 연구관을 찾아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여태껏 문서를 가져갔다가 되돌려주러 온 사람은 처음이라며 미담이라고 칭찬을 받는다. 이 말에 힘을 얻은 저자는 문서를 반납하지 않는 것의 무서움을 깨닫게 된다. 문서를 빌려준 이나 반납하러 간 저자나 피차 머리숱이 적어져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 에피소드는 쓴 웃음을 짓게 한다.
저자는 이 여정에서 자신의 연구에 대해 반성하고 방향을 바꾸거나 새로운 시각을 얻는 등 실증적 사료와 현장의 중요성을 깨달아가기도 한다. 가령 농업과 토지 소유의 진전이야말로 사회의 진보라 여겼던 그의 상식은 근본부터 흔들린다. 농업만을 가지고는 역사의 실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며 어민, 산민, 직공들의 존재를 주목해야 한다는, 특히 피지배층에 주목한 새로운 역사관을 갖게 된다. 이른바 ‘아미노 사학’이다. 고문서를 어떻게 다루고 연구해왔는지 아미노의 반성적 기록은 한국에도 시사점을 준다.
이윤미 기자/me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