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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가 게시판 ‘홍보전단지’ 덕지덕지, 철거의무는 ‘모르쇠’
-새학기 홍보게시물로 몸살 앓는 대학가
-철거 의무 명시했지만 잘 안지켜져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서울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2층 화장실 앞 복도에 큰 ‘장벽’이 생겼다. 그 앞 게시판에 붙어 있던 홍보물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려 일종의 벽처럼 이용자들의 보행을 방해하고 있었다.

새학기 짝지어 이동하던 학생들은 무너져 내린 홍보전단물들을 보며 “이건 좀 심한 것 같다”고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연세대 말고 다른 대학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방문한 서강대와 경희대, 한국외대 등에서도 홍보게시물들은 게시판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사진=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홍보 게시물들.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2층의 모습. 화장실로 가는 길을 무너져버린 게시물을 막고 있어 학생들은 보행에 어려움을 표했다. 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경희대 청운관에서 만난 재학생 이평수(27) 씨는 “학생회에서 붙인 학생관련 게시물보다, 취업이나 라식수술 관련 게시물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학내 민주운동과 정보제공의 창구가 돼야 할 게시판들이 넘쳐나는 광고 전단물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교내 자유게시판들은 형형색색의 광고지들로 도배됐다.

각 대학은 일정 금액을 받고 이같은 홍보전단물들을 부착자들이 자진철거하도록 원칙을 세워놨다. 연세대학교는 ‘홍보물 게시에 관한 규정’을 통해 “게시기간이 종료된 게시물은 행사 주관단체에서 자진 철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서강대학교도 “게시물은 자율부착 및 자율철거를 원칙으로 한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했다.

하지만 자진철거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자진 철거에 대한 원칙만 있을 뿐, 철거하지 않는다고 해도 페널티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대학들은 “부착기간이 지난 게시물은 학교에서 철거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규정집을 통해 공시하고 있다.

결국 게시물들을 치우는 것은 학교 내 청소원들의 몫이다. 그들은 불만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넘쳐나는 홍보게시물에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연세대 청소노조 한 관계자는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라면 학업에 열중할 학생들을 위해서 치울 수 있지만, 홍보 전단물들은 우리가 왜 치워야 하나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면서 “학교에서 치우라고 하면 청소원들이 치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한국외대 인문과학관 외부에 위치한 게시판. 홍보게시물들이 즐비한 가운데, 떨어진 게시물이 바닥에 너부러져 있다. 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한국외대에서 만난 한 청소원도 “이곳저곳 닦고 청소하다보면 하루가 다 가는데, 홍보 게시물 때문에 일이 늘어나는 거 아니냐”면서 “이들 게시물은 청테이프나 스테이플러로 부착된 경우가 많아 일이 많이 늘어난다”고 했다.

학교들은 이같은 게시물 단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외대는 클린캠퍼스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각 건물 1층 게시판을 ’전자게시판‘으로 바꿨다. 밀려오는 홍보게시물들을 막기 위해서다. 연세대도 각 건물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홍보게시물들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학교 측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은 여전히 덕지덕지 붙은 홍보게시물로 더럽혀지고 있다는 중론이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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