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황금알 낳으러 가자’ 미국시장 공략에 뛰어든 한국 제약ㆍ바이오기업들..’올해에만 9개 대기중‘
-미국, 최대 시장이지만 진출 가장 어려운 곳
-올 해 역대 최다 FDA 허가 의약품 나올 수도
-‘나보타’, ‘IVIG-SN’, ‘트룩시마’ 등 허가 예상
-트럼프 정부 보호무역 정책이 변수될 수도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올 해 세계 최대 제약시장 미국에 진출하는 국산 의약품이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에 허가를 신청하고 올 해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제품은 9개에 이른다. 만약 허가를 신청한 제품 모두 허가를 받게 되면 지난 2003년부터 미 FDA 허가를 획득한 국산 의약품의 총합인 9개와 동일한 숫자가 된다. 올 한 해에만 미국에 진출하는 의약품 수가 지난 10여년의 기간을 합친 것과 같게 되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정책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적극적인 의약품 허가를 공언하고 있지만 최근 동맹국들의 철강에 관세 폭탄을 부과하는 등 예측 불가능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나보타, IVIG-SN, 트룩시마 등 9개 제품 승인 대기=올 해 미 FDA 허가를 기대하고 있는 국산 의약품 중 가장 가시권에 들어 온 제품은 대웅제약의 보톡스 ‘나보타’다. 대웅은 지난 해 미 FDA로부터 나보타 제2공장에 대한 실사를 마쳤고 일부 보완사항이 발견 돼 이 점만 보완이 완료되면 올 해 안에 FDA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GC녹십자의 면역결핍 치료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도 올 해 내 FDA 허가가 예상된다. 지난 2013년 FDA에 허가를 신청했지만 지난 2016년 FDA의 보완 요청을 받아 허가가 미뤄져 왔다. 하지만 지적된 부분이 보완 완료된 만큼 GC녹십자는 올 해에는 허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2개 제품이 올 해 미국 시장 진출에 도전한다. 지난 해 혈액암 치료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와 유방암 치료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의 승인 신청을 한 셀트리온은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허가를 획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다른 바이오시밀러 기업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지난 해 12월 승인 신청을 한 ‘SB3’가 이르면 올 해 허가를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B3는 셀트리온의 허쥬마와 같이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다.

SK바이오팜의 수면장애 치료제 ‘SKL-N05’도 올 해 FDA 허가가 기대되는 신약이다. SK바이오팜은 최근 FDA가 SKL-N05에 대한 승인 검토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승인 신청 접수일로부터 10~12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기간을 감안하면 빠르면 올 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허가가 예상된다. 이 밖에 SK케미칼의 치매 치료 패치제 ‘SID710’, CMG제약의 조현병 치료제 필름형 ‘아리피프라졸 OTF’, 메지온의 심장수술 합병증 치료제 ‘유데나필’ 등이 올 해 FDA 허가가 예상되는 의약품이다.

15년간 FDA 통과한 국산 의약품은 9개 뿐=국내 제약사들이 미국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의약품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2016년 기준 전 세계 제약시장 규모는 1조1000억달러(1200조원)로 파악되고 있다. 이 중 40%에 해당하는 4335억달러(480조원)가 미국 시장이다. 즉 시장이 작은 동남아 지역 몇 개 나라에 진출하는 것보다 미국 시장 한 곳을 뚫는 것이 오히려 실익이 있는 셈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미국 의약품 시장의 관문인 미 식품의약품청(FDA)이 갖고 있는 로열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식품의약품안전처처럼 미국의 의약품 허가 권한을 가진 FDA는 허가 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가장 높은 수준의 심사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다보니 미 FDA의 허가를 받은 의약품은 효능과 안전성에서 믿을만하다는 신뢰를 담보한다.

업계 관계자는 “FDA 허가를 받았다는 건 세계 의약품 시장 어디에 내놔도 품질을 보증받을 수 있다는 의미”라며 “따라서 FDA 허가 의약품은 다른 나라 진출시에도 유리한 보증수표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지금까지 미 FDA를 통과한 국산 의약품은 9개 뿐이다. 지난 2003년 LG화학의 항생제 ‘팩티브’가 첫 테이프를 끊은 뒤 2007년 ‘벨트로핀’이 FDA 허가를 획득했다. 이후 2013녀, 2014년에 각각 1개씩 그리고 2016년 3개, 2017년 2개 국산신약이 미 FDA 관문을 뚫었다. 지난 15년 동안 미 FDA 허가를 획득한 국산 의약품은 이게 전부다.


트럼프 정부의 예측불가능 정책이 변수=때문에 업계에서는 올 해를 국내 제약업계의 큰 도약기로 기대하고 있다. 올 한 해 역대 최다 FDA 허가 의약품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 트럼프 정부는 의약품 허가에 있어 열린 정책 방향을 언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해 미 FDA 국장에 친 제약파로 분류되는 ‘스콧 고틀리브’를 지명했다. 고틀리브 국장은 GSK 등 글로벌제약사에서 사외이사를 맡아왔고 허가 기간 단축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이에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인 국내사들의 기대감도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실제 지난 해 FDA가 허가한 신약은 53개 품목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허가 수를 기록했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불확실성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최근 트럼프 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유럽, 중국 등 동맹국들에게도 철강 제품에 엄청난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히며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무역 철학을 내비쳤다. 이런 분위기가 자칫 의약품 분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예상대로라면 올 해 FDA 허가를 획득하는 국산 의약품이 역대 최다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의약품 허가는 어떤 변수가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며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이 갑자기 우리에게 불리한 쪽으로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최종 허가까지는 만반의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