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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희정 파문으로 국회 ‘초토화’…성폭력 예방장치는 전무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지난 6일 오후 각 정당에서는 큰 소란이 일었다. 전날 저녁 언론에서 안희정 전 지사 외 다른 정치권 인사에 대한 미투 폭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당의 대변인들이 언론사에 연락해 보도 여부를 묻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회가 추가 폭로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해프닝이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의혹 파문이 국회를 초토화 시켰다. 보좌진 사이의 빈번한 성폭력이 드러나는가 하면 ‘절대권력’ 의원들이 거론되기도 했다. 국회에서 관행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성폭력 사례가 하나둘씩 드러나는 상황임에도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은 국회내에 전무하다. 직격탄을 맞은 더불어민주당을 시작으로 정당들이 부랴부랴 성폭력 특위를 구성하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난 6일 보좌진들의 익명게시판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서는 현역 국회의원의 낯뜨거운 행태에 대한 폭로가 나왔다. 한 전직 보좌관은 “이 의원님 안녕하세요, 저는 잘 지내지 못합니다”로 시작하는 글에는 “제가 딸 같다며 며느리 삼고 싶다던 의원님, 따님분들 앞에서도 제 앞에서 그랬듯 바지를 내리시는지요”라는 글을 올렸다. 자신을 국회의원 비서관이라고 밝힌 정 모 씨는 국회 홈페이지 국민제안 코너에 ‘(#me too) 용기를 내보려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지난 2012년부터 3년 여간 근무했던 의원실에서 벌어진 성폭력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당시) 4급 보좌관인 그 사람(가해자)은 회관에서 함께 일하기 전부터 아는 사이였지만 직장 상사 관계로 묶이기 시작한 뒤 장난처럼 시작된 성폭력이 일상적으로 반복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국회 내 성폭력 예방 장치는 없다.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모두 당내 성희롱 예방 지침조차 없다. 일부당에서는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지 않는 한 성폭력에 대해 알 수 있는 길이 없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각 정당들은 급해졌다. 민주당은 지난 6일 젠더폭력대책TF를 젠더폭력 대책 특별위원회로 격상한 데 이어 한국당도 7일 박순자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성폭력근절 대책특위를 출범시켰다. 바른미래당도 8일 세계여성의 날에 맞춰 성폭력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담은 당 차원의 매뉴얼을 내놓기로 했다. 상반기 설립예정인 국회 내 인권센터도 추진도 빨라지고 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빠르면 다음주(12일~16일) 인권센터 설립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중요한 게 실태조사다. 아직 국회 차원에서 실태조사 계획은 없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보좌진 전부를 대상으로 하는 실태조사가 힘들다면 보좌진들을 그룹별로 진행해 성추행 실태를들어보는 FGI라도 진행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메뉴얼과 향후 국회 내 성폭력 문제 해결 로드맵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당차원이 아니라 국회 전체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은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여야를 아우르는 뭔가가 필요하다”며 “국회 차원의 특위를 구성해 이에 대한 캠페인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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