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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제약업계, 덩치는 키웠지만 실속은 못 미쳤다
-지난 해 상위 국내 10개 제약사 실적
-유한양행 1조4622억원, 1위 자리 유지
-녹십자, 광동, 셀트리온, 대웅, 한미약품 순
-대부분 매출 성장했지만 이익률은 희비교차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지난 해 국내 제약사들은 매출 확대를 통해 덩치를 키우는데엔 성공했지만 이익률 측면에선 희비가 교차했다. 일부 제약사를 제외하고는 외형 확장에 비해 이익률은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냈다. 한편 지난 해엔 3곳 기업만 ‘1조 클럽’을 달성한 것에 비해 올 해는 최소 5곳 이상이 1조 클럽 가입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에 제약사들은 외형 확장에 걸맞게 이익률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해 매출 ‘1조 클럽’ 3곳=지난 해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많은 매출액을 기록한 제약사는 유한양행이었다. 유한양행인 1조4622억원의 매출액을 올려 전년 대비 10.7%가 증가했다. 유한은 지난 2014년부터 줄곧 업계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다만 이익률에 있어선 재미를 보지 못했다. 지난 해 영업이익은 887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9.3%가 줄었고 순이익 역시 1096억원으로 전년 대비 32%가 감소했다.

유한 측은 “지배회사 및 종속회사의 매출 증가로 전체 매출액은 늘었으나 R&D 비용 증가, 관계기업 주식 처분이익 감소, 종속회사 및 지분법투자회사 이익 감소 등의 요인으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2위는 GC녹십자가 차지했다. 지난 해 녹십자는 매출과 이익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7.5%가 증가한 1조2879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5.1%가 증가한 902억원을 달성했다. 다만 순이익은 13%가 감소한 567억원이었다. 녹십자는 주력사업인 혈액제제, 백신 사업부문이 기록적인 실적을 달성한 것이 좋은 성적을 견인했다.

광동제약은 아직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1조 매출이 확실시된다. 2016년 매출 1조를 달성했고 지난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이미 8643억원을 기록해 이번에도 1조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광동제약은 사업부문 중 의약품사업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것이 핸디캡이다. 광동제약 매출 중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식음료 및 MRO(소모성 자재 구매대행) 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셀트리온ㆍ한미 ‘웃고’ 중외ㆍ보령 ‘울고’=4위는 대웅제약이 차지했다. 대웅 매출액은 전년에 비해 8.6% 증가한 9602억원으로 1조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영업이익(384억원)과 순이익(348억원)은 전년 대비 각각 48.4%, 33.3%가 증가하며 만족스런 한 해를 보냈다.

5위는 지난 해 제약업계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서도 가장 핫했던 셀트리온이 차지했다. 셀트리온은 전년 대비 41.5%가 증가한 9490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5위까지 올라왔다. 특히 영업이익 5220억원, 순이익 4007억원 등으로 세 자릿 수에 머무는 타 제약사들을 압도하는 이익금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전년에 비해 각각 109%, 122%가 증가해 가장 실속있는 장사를 한 제약사이기도 했다.

셀트리온 측은 “수출 증가에 따른 매출 증가, 기존 의약품에 비해 제품 가격 자체가 높은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특성에 따른 것”이라며 “최근 10년간 지속된 연구개발 투자로 원가율(총 매출액 중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졌고 마케팅 부문이 셀트리온헬스케어로 분리돼 있어 별도 마케팅 비용이 들지 않는 점 역시 높은 영업이익을 이끈 요소”라고 설명했다.

비록 셀트리온의 무서운 상승세에 6위로 밀려나긴 했지만 한미약품도 지난 해 실적은 좋았다. 매출액은 9165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증가하며 다시 9000억원대를 회복했다. 특히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세 자릿 수 성장을 보인 것이 고무적이다. 영업이익은 212.5% 증가한 836억원, 순이익은 132.6% 증가한 70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2015년 기술수출 계약 해지 등으로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렸던 한미는 다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다음을 차지한 종근당도 꾸준히 실적이 상승하고 있다. 매출액 8843억원으로 올 해엔 9000억원대 진입이 가능해 보인다. 영업이익(777억원)과 순이익(534억원) 역시 30%대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다만 지난 해 웃을 수 없는 제약사도 있었다. 동아에스티는 10개 제약사 중 유일하게 매출액이 전년 대비 1% 감소한 555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62.2% 상승한 240억원을 기록했지만 순이익은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JW중외제약은 매출액은 7.6% 상승하며 5000억원대에 안착했지만 영업이익은 11.5%나 감소했고 순이익 역시 전년에 이어 적자가 지속됐다. 보령제약은 4222억원의 매출액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이 82.7%나 감소하며 38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대체로 매출액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나 순이익 측면에선 희비가 교차했다”며 “전반적으로 외형 성장에 비해 실속은 못 미쳤던 한 해였다”고 말했다.

▶올 해 ‘1조 클럽’ 최소 5곳 예약=한편 제약사들의 덩치가 갈수록 커지면서 올 해엔 1조 클럽 가입 제약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소 5곳에서 최대 8곳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몇 년간 1조 매출을 달성하고 있는 유한양행, GC녹십자, 광동제약은 특별한 악재가 생기지 않는 한 올 해도 1조 매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유한은 올 해 1조5000억원 달성까지 바라보며 2조원대를 향해 갈 것이고 녹십자 역시 지난 해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 1조4000억원대 진입이 예상된다.

올 해 1조 클럽 가입이 가장 유력한 곳은 셀트리온, 대웅제약, 한미약품 등이다. 셀트리온은 지금의 성장세로 볼 때 올 해 1조 클럽 가입이 무난해 보인다. 주력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이 유럽, 북미 시장 등에서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높이며 매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웅은 이미 지난 해 9600억원대의 매출액을 올리며 올 해 1조 클럽 가입을 0순위로 예약한 상태다.

한미약품도 1조 클럽 재가입이 유력하다. 국내사 중 가장 많은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미 체결된 글로벌 빅파마들과의 기술수출 또는 공동개발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또 다른 후보로는 최근 CJ헬스케어를 인수한 한국콜마가 있다. 8200억원대 매출액을 기록한 한국콜마는 5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CJ헬스케어를 더할 경우 단순 수치상 1조원이 넘게 된다. 중복 사업 정리로 인해 매출액이 다소 감소하더라도 1조를 넘기거나 1조에 가까운 매출액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특성상 여러 변수가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행보를 볼 때 올 해 1조 클럽 가입 제약사는 더 늘어날 것이 확실해 보인다”며 “다만 제약업계도 외형 성장과 함께 이익률도 함께 올릴 수 있는 실속있는 경영이 더욱 필요한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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