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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력 중심부로 들어간 노조…견제할 장치도 세력도 없다
- 고용부ㆍ노사정위ㆍ공항공사 자회사도 노조 출신 수장
- 문재인 정부 들어 노조임원 출신 대거 권력중심 이동
- 금융업계ㆍ서울시 산하 공기업은 노동이사제 실험중
- 견제장치 없고 전문성 결여 우려…기득권 요직 꿰찬 ‘노동계 낙하산’ 반감도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노치(勞治)’ 조짐이 심상찮다.

한국GM사태와 금호타이어 파업,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논란 등 산재한 대형 노동이슈의 중심에는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자리한다.

여기에 금융업계와 서울시의 노동이사제 도입 등이 가세하면서 노조의 입김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2년차인 올해 노조의 주도권 장악 강경투쟁이 예고됐지만 현 정권 들어 노조 임원 출신 인사들이 정부 요직 및 공공기관, 공기업 수장으로 대거 발탁되면서 노동정책이 근로자와 사업주의 균형을 깨고 노동계 이익을 대변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 임원 출신 요직 ‘대약진’= 5일 노동계와 재계에 따르면, 이번 정권 들어 노조 임원 출신이 요직에 대거 기용됐다.

고용노동부 김영주 장관이 한국노총 금융노련 부위원장 출신이고, 대통령직속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문성현 위원장은 민주노총 금속연맹 위원장이었다. 노사간 갈등을 치유하고 균형을 찾아야 하는 노사정위원회가 노조 쪽으로 과도하게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 12곳 중 3곳도 노조 임원 출신이 수장이다. 작년 12월 취임한 한국산업인력공단 김동만 이사장은 전(前) 한국노총 위원장이다. 지난 정부에서 외환위기 이후 17년 만에 이뤄졌던 노사정 대타협을 파기하고 민주당과 정책연대를 선택했었다.

고용부 산하 국책특수 대학인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에는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임명됐다. 폴리텍대 교수협의회가 “직업교육훈련 분야의 전문성에 걸맞지 않은 인사”라며 반대 성명을 냈지만 정부는 밀어붙였다.

지난 정권 때 취임한 노사발전재단의 이정식 사무총장(2017년 4월 취임) 역시 한국노총 사무처장 출신이다.

또 한국공항공사(KAC)의 자회사인 KAC공항서비스 사장에는 이상연 한국노총 대외협력실장이 선임됐다. 이 실장은 기업체 근무 경력이 거의 없다.

서울대 이경묵 교수(경영학)는 “노조 임원 출신들이 해당 직무를 잘 수행할 만한 전문성이 있는지 우려된다”며 “국가경제적으로 중요한 자리에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들이 올라 경영을 잘 못하면 그 부담은 결국 국민이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계 안팎의 시선도 곱지 않다. 한때 노동운동의 선봉에 섰던 이들이 결국엔 ‘자리’를 챙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노동계 낙하산이 따로 없다”고 날을 세웠다.

▶금융업ㆍ서울시 ‘노동이사제’ 실험중=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금융권에서는 친(親)노조 출신 사외이사 영입 움직임을 가시화했다.

IBK기업은행은 최근 김정훈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민금넷) 전문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민금넷은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을 하기도 했다.

KB금융 노조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해 노동경제학 분야 국내 권위자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서울시는 ‘노동(근로자)이사제’를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서울에너지공사 등 15개 기관으로 확대했다. 노동이사제란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노동자 경영참여제도다.

노동계는 노동이사제나 근로자추천이사제를 도입하면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측근으로 사외이사진을 꾸리는 등의 경영 독단을 막고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노동이사제가 유럽에서 이미 폐지 또는 축소돼 가는 추세라며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선정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지난해 한 토론회에서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심상정 후보의 선거공약이었던 노동이사제는 경영효율성 악화로 이미 실패한 제도로 증명됐다”며 “특히 우리나라 노조 활동 방향으로 미뤄볼 때 이를 강성노조가 주도할 시 과도한 경영간섭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노조의 대표로서의 이사회 참여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것처럼 정관변경으로는 곤란하고 반드시 상위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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