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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대학가 ‘미투’ 폭로 한창인데…학생회는 ‘부재중’
-대학가 ‘미투’ 나와도, 총학 부재로 대응 힘들어
-일부는 총학생회 차원 별도 ‘미투’ 창구 마련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교수들의 성추행 문제가 어느 한 교수나 학과만의 문제겠어요? 이번 기회에 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성추행을 뿌리 뽑아야 하는데, 개별 단과대 학생회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죠.”

전ㆍ현직 교수들의 성희롱과 추행 의혹이 불거진 세종대의 한 단과대 학생회장의 말이다. SNS 제보 페이지인 ‘세종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는 지난주 영화예술학과 학생이 겸임교수로 재직했던 A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를 시작으로 자신도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는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영호예술학과 학생회는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A 교수에 대한 규탄 성명을 준비했고, 다른 학과에서도 성추행 피해 제보가 잇따랐다.

그러나 정작 세종대는 현재 총학생회가 없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미투 폭로에 대해 총학생회 차원의 대응 대신 개별 학과 학생회 차원의 성명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총학생회 선거를 위해 두 후보가 경선을 벌였지만, 양쪽 모두 경고가 누적돼 후보자격이 박탈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SNS 상에서는 “우리 학교가 미투 운동의 중심이 됐는데, 정작 학생회 차원의 대응은 오는 4월에나 가능할 것 같다”는 우려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학생회 부재가 세종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양대도 총학생회와 총여학생회 모두 지난해 정치 성향 논란으로 투표 자체가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면서 현재 단과대 학생회장들을 중심으로 비대위 체제가 운영 중이다. 사정은 지난해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된 다른 대학들도 비슷하다.

이들 대학의 대나무숲 등 SNS에는 최근까지 성희롱이나 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피해 글이 올라오고 있지만, 학생회 차원의 공동 성명 등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한 한양대 학생회 관계자는 “비대위 체제하에서 공동 대응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미 후보 모집에 나선 상황이라 선거가 끝난 이후에나 조직적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투 운동이 대학가 전반으로 퍼지면서 공동 대응에 나선 대학도 있다. 동국대 총여학생회는 최근 아예 미투 운동만을 위한 대나무숲 페이지를 따로 제작하기로 했다. 총여학생회 내부 회의에서 학생들이 성폭력 피해를 마음 놓고 털어놓을 수 있는 별도의 창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데 따른 조치다. 동국대의 경우 기존 대나무숲 페이지가 있지만, 일부 피해 폭로 글을 두고 ‘남녀 사이에 갈등만 조장할 수 있다’며 게시를 거부한 것도 별도 창구 마련 의견에 힘을 실었다. 이화여대의 경우에는 학생신문인 이대학보에서 관련 제보를 모집 중이다. 이대학보 측은 오는 5일 발간되는 신문에 학생들이 직접 작성한 피해 수기 등을 익명으로 보도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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