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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듣고 싶은 ‘꿀 강의’ 팝니다” 대학가는 지금 강의매매 중
서버폭주 인기과목 신청 어려워

올해로 4학년을 맞는 경희대 재학생 이모(27) 씨는 이달 초 마지막 수강신청을 앞두고 ‘이번 학기 수강신청부터 강의 신청 가능 시간을 줄이겠다’는 단과대 공지사항을 보고 깜짝 놀랐다.

수강신청 첫날 접속자가 몰리면서 원하던 과목을 듣지 못해 빈자리가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잔여석에 대한 수강 신청을 하루 중 오전 30분과 마감 직전 30분에만 가능하도록 규정이 바뀐 것이다. 학교 측은 “낮 동안 듣고 싶지 않은 과목에 대한 수강 신청 취소는 자유롭게 가능하다”며 “낮 동안 빠진 자리에 대해서는 마감 전 30분 동안에만 신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개강 후 신청했던 강의를 바꿀 수 있는 정정기간도 마찬가지로 시간제한이 적용됐다.

학교 측은 ‘수강신청 기간이 길다 보니 그 사이 강의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기간 중 정말 듣기 싫은 과목만 취소하고 나서 마감 30분 전에 다시 신청하라’고 규제 배경을 설명했다. 이같은 방침에 학생들은 반발하는 분위기다. 수강신청이 시작되면 1~2시간씩 서버가 먹통인 경우가 다반사인데, 수강을 아예 하지 못하는 학생이 태반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씨 역시 “수강 신청 가능 기간이 길어서 매매가 수월하다는 학교 측 설명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원하는 강의 듣기가 점차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매 학기 대학가는 수강신청 매매를 두고 학생과 학교 간 줄다리기가 반복된다. 인기강좌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학교는 강의 매매를 막기 위한 강경책을 내놓고 있지만, 학생들은 ‘강의가 부족하다’며 학생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강의 매매를 계속하고 있다.

한 서울 시내 사립대학교는 개강 직전부터 학생 커뮤니티를 확인하며 강의 매매 게시물을 확인하고 있다. 돈을 주고 강의를 구한다거나 강의를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오면 커뮤니티 운영자에게 삭제도 요구하고 있다. 커뮤니티에서도 자체적으로 강의 매매 게시물에 대한 단속에 나서자 일부 학생들은 특정 인기 과목을 은어로 부르며 음성적으로 강의 매매를 시도하고 있다.

연세대 등 일부 대학은 아예 ‘수강신청 마일리지 선택제’ 등을 이용해 수강신청 수요를 조절하기도 한다. 인기 강좌는 마일리지 배점이 높은 순대로 강의 신청이 이뤄져 학생들 스스로 특정 강좌에 쏠리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일부 학생들은 “강의 선택의 자유를 침해받는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처럼 대학가가 매 학기 수강신청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데에는 부족한 강의 수와 학점을 잘 주는 특정 강좌 등에 대한 쏠림 현상이 있다. 학교는 매년 강의가 부족해지는 경우 인터넷 강좌 등 대단위 강의의 수강 인원 제한을 늘려 해결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수업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교수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일부 학점을 잘 주는 교수님의 수업에 학생들이 몰리며 강좌 부족 현상이 벌어지는 경우도 잦다”며 “학교 입장에서는 무조건 다른 과목을 들으라고 할 수도 없어 강의 매매 등 잘못된 관행 등에 대해 제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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