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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투 전방위 확산]교육계는 ‘미투’ 무풍지대?…교사간 성추행에 ‘냉가슴’
-회식자리 ‘도넘은 터치’ 등 성추행 빈번
-폐쇄적 교직사회서 문제제기 어려워
-교사, 학생들 상대 성희롱 언행도 빈번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미투’(Me tooㆍ나도 당했다) 운동이 사회 각계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중ㆍ고등학교 역시 폭풍전야의 모양새다. 일부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상화된 성차별 발언과 성희롱에서 교사는 물론 학생들조차 자유롭지 못하다.

교사간 성추행과 성희롱이 발생되는 장소는 술자리를 겸한 회식자리가 꼽힌다. 경기도 소재 공립고등학교에 재직중인 교사 A씨는 “회식 자리에서 상급자나 동료 남성들이 어깨를 팔로 감싸며 손을 가슴쪽으로 슬쩍슬쩍 닿게 하거나 허벅지와 엉덩이 부근을 건드리는 성추행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말했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발생하는 성추행이지만 격려 차원으로 포장한 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벌어지는 탓에 문제제기를 하기는 어렵다.

1일 오전 대구지방검찰청 앞에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흰 장미를 달고 검찰 내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씨는 “회식에서 성추행 하고 다니는 선생님들의 특징이 있다. 꼭 다음 날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어제 아무 일 없었지?’하고 묻는 것이다. ‘내가 기억이 안나서 물어봤다’는 핑계를 대면서 하는 질문이지만, 사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동료 교사들의 대답을 확인하기 위한 행동이다. 그러면 아무 일도 없던 것이 된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교직사회는 동료 여자 선생님들끼리도 이런 고민을 터놓고 공유하기가 힘들 정도로 폐쇄적이다. 회식 자리에서 문제의 ‘터치’가 과해진다 싶으면 옆자리 동료가 자리를 옮길 수 있게 눈치껏 배려하는 게 전부인 이유다. 그 이상의 대화는 서로가 꺼리는 분위기다.

이 같은 폐쇄적인 분위기는 일선 학교 전반에 깔려있다. 일선 교사들은 “그런 일을 당했을 때 교육청에 고발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엔 누가 고발한 것인지 다 알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윗선의 조직 사회가 한 다리 건너 다 아는 사이여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찍히면 매장당할 것이 뻔하다”고 입을 모아 토로한다.

모 도청소재지에서 중학교 교사로 종사하는 B씨도 “한다리 건너면 다 아는 작은 동네이다보니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지역사회에서 살아남기 힘든 분위기다. 교직사회는 너무 좁은 사회이고 특히 지방이나 사립학교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더욱 문제제기가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공감했다.

성희롱과 성추행 외에 일상에서 벌어지는 성차별 발언 역시 문제로 제기됐다.

여성 교사들에겐 20대 후반만 돼도 “스물 여덟이면 노처녀인데 결혼 안 하고 뭐하냐. 그러니까 아버지가 은퇴도 못하는 것 아니냐’는 조롱이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는 몇몇 교사들은 “일부 여교사들은 기분 나빠하지도 않더라. 스스로를 ‘노처녀’라고 아무렇지 않게 지칭하는 모습이 더욱 절망스럽다”고 말한다.

일부 교사들의 낮은 성 인지 수준은 학생들 앞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은 치마가 짧은 학생을 두고 ‘술집 여자처럼 입고 다닌다’며 지적하는가 하면, ‘공부 열심히 해서 돈 많은 남자한테 시집가야 한다’는 성차별적 발언을 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일부 교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은 청소년들이 잘못된 성고정 관념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주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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