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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가 개강 표정]기숙사는 바늘구멍…“빈방 없나요?” 대학생 한숨만
-추가합격생ㆍ탈락 재학생 ‘발동동’…‘추첨기준도 모호’
-전국 4년제大 수용률 고작 21%…“기숙사 늘어났으면”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서울의 한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2학년 정모(23) 씨는 얼마 전 학교 기숙사 추첨에서 탈락했다. 곧바로 자취방을 구하기 시작했지만 조건이 좋은 집은 모두 나간 상태였다. 최대한 저렴한 방을 구하기 위해 그는 지난주 부산에서 서울을 3번이나 방문했지만 방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는 “결국 학교에서 걸어서 20분이 걸리는 곳으로 계약을 했다. 개강 전부터 방구하는 데 온 에너지를 다 쏟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개강을 앞두고 대학가엔 방구하기 ‘막판’ 전쟁이 한창이었다. 최근 추가 합격 발표로 늦게 학교를 확정 지은 지방에 살고 있는 신입생, 기숙사 추첨에서 떨어진 학생 등 아직 방을 구하지 못한 학생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서울의 한 대학가 공인중개소 앞에 붙여진 매매 포스터. [정세희 기자 say@heraldcorp.com]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의 대학가에서 만난 신입생 이모(19) 씨는 부모님과 함께 집을 보러 다니고 있었다. 3차 추가합격에 합격자 통보를 받은 이 씨는 뒤늦게 부랴부랴 방을 구하고 있지만 조건에 맞는 방을 찾기 어려웠다. 이 씨의 어머니는 “생각보다 가격이 너무 비싸 놀랐다. 괜찮다 싶은 방은 관리비 포함 월 60만원이 넘는 곳도 많았다. 지방에서는 상상도 못할 가격”이라며 “비용도 비용이지만 신입생이고 여학생이라 안전하게 기숙사에서 지냈으면 했는데 못 들어가 속상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에서 사는 대학생 최모(21ㆍ여) 씨는 집이 가깝다는 이유로 교내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했다. 3번 연속 기숙사를 신청했지만 지방의 친구들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결국 지난주 울며 겨자 먹기로 보증금 2000만원에 50만원짜리 자취방을 구해야만 했다. 그는 “좋은 곳은 월세가 너무 비싸거나 가격이 괜찮으면 집이 너무 허름하거나 학교와 너무 멀다”며 “적당한 가격대의 환경이 좋은 곳은 일찍 움직이지 않으면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교내 기숙사가 너무 부족하다며, 더 늘려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숙사가 통금시간이 있고 룸메이트와 함께 생활하는 게 불편하다는 학생들도 있지만, 여전히 기숙사는 저렴하고 안전하며 편리해 장점이 더 많다. 그러나 대학교 기숙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학알리미 공시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 4년제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21%, 국공립대 수용률은 23.9%에 그치고 있다.

대학생 3학년 김윤진(23ㆍ여) 씨는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는데 기숙사 들어가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아이러니하다”며 “학교는 외국인 기숙사를 만들어서 돈 벌게 아니라 국내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를 증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학교 기숙사 학생을 선정하는 기준을 잘 모르겠다는 쓴 소리도 나왔다. 대학교 2학년 홍유정(22ㆍ여) 씨는 “제주도에 사는 아는 선배가 기숙사에서 탈락돼 자취를 하고 있다. 대부분 먼 거리 순으로 선정된다고 들었는데 정확히 어떤 기준으로 기숙사를 선정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학생의 여러 가지 형편을 공정하게 고려해 기숙사 추첨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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