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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 앤 스토리] “내가 국회의원에 맞는 사람일까요? 항상 고민합니다” -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어린시절부터 원칙주의자 소신지키려
-경찰대ㆍ경찰ㆍ경찰대 교수 등 거쳐
-’국정원 여론조작‘ 계기로 정치 참여의지
-“정의구현, 약자 보호하는 정치인 되고파”


[헤럴드경제=김성우ㆍ정세희 기자]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책상은 어지럽다. 곳곳에는 하얀색과 회색으로 된 서류 뭉치들이 지금 막 검토를 시작한 듯 어지럽게 놓여있다. 그의 집무실 컴퓨터에도 수많은 인터넷 창들과 문서들이 떠 있다. 밤낮 없이 다양한 사실을 확인하며 의정활동에 전념한 흔적들이다.

그 한켠으로 삐죽 튀어나온 초록색 테두리의 편지가 보인다.

“언제나 소신있고 정의로운 발걸음에 응원을 보냅니다. 지금처럼 올곧은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중략)”

<사진설명> 지난 20대 총선을 통해 여의도에 입성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임시정부 설립에 맞춘 대한민국 100주년 법과 성추행범 재발을 막기 위한 ‘전자발찌 조두순법’이 최근 그의 가장 큰 관심사다.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정치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며 밝게 웃었다.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그의 팬클럽을 자처하는 ‘표창스타일’ 회원들이 보내준 것이다. ’선물을 받지 않겠다‘는 표 의원의 의지에 맞춰, 팬들은 편지로 전한 조그만 감사 인사다.

“팬이 많아서 좋으시겠어요.” 기자가 질문하자 표 의원은 손사래를 친다.

“저는 (정치인인) 저를 지지하는 모임이 없으면 좋겠어요. 지지해주시는 건 팬분들의 자유고, 좋아해주신다면 방해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무조건 한 사람을 지지하고 그 사람을 위해 다른 팬덤과 싸우는 ‘정치인 팬덤’이 저한테는 있지 않았으면 해요.”

말을 마친 그는 설명하기 위해 들고 있던 편지지를 제 자리에 반듯하게 내려놓았다.

삼일절을 앞둔 지난달 말, 임시국회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표 의원과 인터뷰를 가졌다. 표 의원은 법안 상정과 다양한 입법활동으로 최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재는 유명무실해진 전자발찌에 대한 ‘실효성 재고’ 방안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맞춘 ‘대한민국 100주년 법’이 최근 그의 가장 큰 관심사다.

“차별과 배제를 만드는 시스템, 그리고 사회를 바꾸고 싶어 이 자리까지 왔는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표 의원은 쑥스럽게 웃으며 한마디를 툭 뱉는다.

한 시간 남짓한 인터뷰 당일 그는 잘 정돈된 머리, 하늘색 와이셔츠와 빨간 넥타이를 두른 말끔한 모습이었다. 표 의원은 인터뷰 내내 밝게 웃으며 답변을 이어갔다.



▶약자를 보듬어주는 원칙주의자 = 표 의원 하면 떠오르는 것은 곧 ‘원칙’과 ‘소신’이다.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 선관위 선거조작 논란, 그 외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표 의원은 항상 거리낌 없이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따뜻한 원칙주의자’다. 항상 그의 관심은 약자에게 향해있다. 부조리한 시스템과는 싸우면서도, 그 속에서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온정의 손길을 보내는 삶을 살아왔다. 학창시절ㆍ경찰 근무기간ㆍ경찰대 교수직을 거치면서 그가 살아온 방식이다. 그는 “옳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서는 확신이 생기면 무조건 행동하는 게 내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금으로부터 약 25년 전. 표 의원이 제주도에서 경찰 간부로 의무복무할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소대장이던 표 의원에게 한 소대원이 찾아왔다.“소대장님, 저희 어머니가 위독하시대요.” 전보를 받은 소대원은 표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한걸음에 달려온 것이다. 소대원은 병환으로 고생하고 있을 어머니 생각에 서럽게 울었다.

소식을 들은 중대장은 ‘휴가를 보내주지 말라’며 단번에 못을 박았다. 전보는 누구나 쉽게 조작이 가능하단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표창원은 소대장 권한으로 그 대원에게 ‘출도 허가서’를 내려줬다. 설령 속을 지리도, 위독한 어머니를 앞에 두고선 의심보다 인륜에 따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대는 발칵 뒤집혔고, 중대장은 전역 전까지 표 의원을 괴롭혔다.

하지만 표창원은 당당했다. 그의 소대원에 대한 많은 배려 덕분일까? 그가 전역할 즈음 맡은 소대는 제주도내 유일무이한 무사고 소대로 선정됐고 표창도 받았다.

“제주와 육지 출신 사이에 갈등이 많아 구타ㆍ칼부림ㆍ탈영이 많은 게 당시 제주도 의무경찰인데, 우리 부대만 단 한차례의 사고도 없었어요.”

표 의원은 스스로를 ‘트러블 메이커’라고 평가한다. 타협이 없는 성격 탓에, 학창시절부터 뭇 사람들에게 핀잔 아닌 핀잔을 종종 들어왔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트러블 메이커인 스스로의 삶에 떳떳하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거기서 상처받는 약자는 지키는 게 그 삶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2012년에는 거리로 나가 사람들을 껴안은 것도 이같은 지론 때문이었다. 그는 국정원 사건으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전국 각지를 돌며 프리허그 운동을 벌였다. 하루에 수백ㆍ수천여명, 셀 수 없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과정에서도 표 의원은 한 번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충격에 빠졌던 국민들에게 표 의원의 따뜻한 마음은 큰 도움이 됐다. 표 의원이 가는 곳은 항상 시민이 몰렸고, 일대 교통은 마비가 됐다.



▶ 인생의 변곡점 2012년=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지난 2012년 12월 11일,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이다.

당시 경찰조직은 비판의 중심에 서 있었다.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이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여론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사건의 진원지 역삼동 오피스텔에 출동한 자리에서 헛물만 켰기 때문이다.

경찰대 교수였던 표 의원은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오피스텔에) 강제진입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경찰은 지체없이 잠금장치를 부수고 (오피스텔에) 진입해서 진위를 밝혀야 합니다.” “지금 제 심정은 무척 답답하고 부끄럽고 안타깝습니다.” “국민 세금으로 교육과 훈련을 받고 권한과 임무를 부여받은 최고의 법집행자들이 (오피스텔의) 얇은 문 하나를 열지 못해 국가와 국민을 망신시키고 있습니다.”

표 의원은 당시SNS를 통해 꾸준히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조직 내부 사람인 표 의원의 양심 고발에 경찰청과 경찰대학 내부에서는 표 의원을 ‘징계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사건 5일만에 표 의원은 ‘할 말은 하는 자유인이 되겠다’며 14년간 몸 담았던 경찰대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후 정치에 입문하는 계기가 됐다. 표 의원은 2015년 12월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했다.

정치에 뛰어든 것은 잘못된 문제와 시스템을 스스로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표 의원은 SNS와 공식인터뷰를 통해 “신사의 품격과 전사의 용맹함을 함께 갖춘 새로운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 “정치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정치는 아부하고 속이고, 야합하고 표만을 의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그럼에도 정치에 뛰어든 것은) 현재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내가 국회의원에 맞는지 항상 고민해” = 그렇다보니 의정생활은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정치인은 유권자들의 눈, 주위 정치인들의 시선과 다양한 반응을 모두 살펴야하는 직업. 항상 소신을 중시해온 표 의원에겐 정치인으로서 지켜야할 이런 요건들이 조금은 골칫거리가 된다.

표 의원도 이런 일상에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말했다.

”우리당에서도 제가 소신을 밝히는 데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더러 있을 거예요.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 씩 내가 정치인으로서 잘 맞는 사람인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내 소신만을 강조하다 쫓겨나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 그만두어야 되나 하는 생각도 해요.“

그 자체가 다른 정치인들을 봤을 때 느끼는 피로도도 크다. 그는 “조직체들에 일상적으로 묻어있는 관행. 그리고 여기 얽힌 부분들 속에서 있는 게 때론 불편하다”고 말했다. ‘좋은 게 좋은 것’, ‘우리가 남이가’ 식의 기존 정치의 유혹은 표 의원을 거듭 압박한다.

지나치게 힘이 들 때면 그를 지켜주는 것은 가족이다. 그는 쉬는 날이면 가족과 영화를 보거나, 아내와 맥주를 한잔씩 하며 시간을 보낸다. 술자리를 즐기지 않는 표 의원에게 가족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가 돼 준다.

“아내에게도 ‘나 정치 관둘까’라는 말을 종종 하곤 합니다. 그러면 아내는 ‘뭐 하나 진득하게 하는 게 없다’며 핀잔을 주곤 해요. 다시 교수 할 수 있으면 정치 관둬도 된다는데 잘 모르겠네요.”

장난스레 던진 표 의원의 언급에서 아내와 가족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인터뷰 도중, 표 의원에게 앞으로 의정 생활에 대한 각오를 물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크게 세 분야를 의정생활 중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갈망하시는 ‘사회적 정의’를 세우는 것,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망을 만드는 것, 마지막으론 특히 사법적 정의에 초점을 맞춰, 수사제도를 정상화하고 민주적 통치제도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손짓을 동원하며, 구체적인 설명을 잇던 표 의원은 말을 마치고 허공을 응시했다. 그리고 무언가 생각난 듯 밝게 웃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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