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방남때 공개와는 대조
청와대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방한과 관련 극히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앞서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의 방한때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천안함 폭침’의 주범임 김 부위원장의 과거 행보에 대해 국내 여론이 나쁘다는 것을 의식한 행보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김 부위원장 일행의 이날 일정에 대해 “일정이 있을 경우 부처에서 사후 브리핑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아예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구체적인 일정과 관련해 남북이 협의 중이다. 확정된 일정은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선전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이 함께 찍은 사진은 이 짧은 순간에 찍힌 것 외에 전무하다. [연합뉴스] |
이런 김 부위원장의 일정은 여러 측면에서 이례적인 측면이 많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 일행이 평창에서 만날 예정이란 사실도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다. 만남 장소에 대해서도 청와대 측은 서면 브리핑에서 ‘평창의 모처’라고만 적시했다. 테이블에서 오간 내용은 평창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 등 인사말은 서면 브리핑 6개 문단 가운데 4개 문단을 차지했다. ‘북미대화’ 필요성에 대해 강조한 것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방남했을 때 했던 얘기와 같았다.
문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의 만남 회동 장소는 당초 청와대가 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회동 장소가 갑자기 평창으로 바뀐 것 역시 남한 내 김 부위원장의 과거 전력에 대한 문제 제기가 거세기 때문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적극적으로 해명한 부분도 있었다. 문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 일행이 만났을 때 ‘비핵화’ 단어가 회담 테이블에 올랐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핵화라는 단어가 언급됐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부위원장 측은 비핵화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날 일부 언론이 비핵화 언급이 없었다고 보도하자 이에 대한 반박 차원에서 비공개 회동 가운데 극히 일부만을 공개한 것이다.
심지어 문 대통령과의 만남 자리에서 찍은 사진도 공개되지 않았다. 김 부위원장을 만날 때 문 대통령의 얼굴 표정, 자세 등에 대해선 사후에라도 파악이 힘든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방남 이틀째인 이날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나 서훈 국가정보원등 등과 만나 비핵화 문제를 포함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현안에 대해 얘기를 나눌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천안함 사과’ 등 극히 예민한 부분은 회담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신 4월초로 예정돼 있는 한미군사훈련이 주요 의제로 오를 개연성은 있다. 김 부위원장 일행은 오는 27일까지 서울 모처에서 머물면서 남측 고위 인사들과 현안 회의를 갖는 등 방남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국자간 비공개 일정들이 있을 예정이다”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