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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투 ‘파장’]침묵ㆍ잠적 혹은 ‘반쪽 사과’…논란 불 지피는 가해자 대응
-뻔뻔한 해명부터 ‘대리 사과’까지
-“입장 발표 계획 없다” 오태석 ‘침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미투 운동 확산으로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극과 극의 대처를 보이고 있다. 행적을 시인하는 듯하면서도 일부는 합의된 일이었다는 식으로 뻔뻔한 태도를 보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외부와 연락을 끊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들도 있다. 배우 조재현은 당초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다 폭로가 지속되면서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가해자들은 여론에 등 떠밀려 ‘반쪽 사과’를 하거나 소속사 등을 통해 ‘대리 사과’로 대응했다. 상습적인 성추행 의혹으로 문화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은 연극인 이윤택은 기자회견을 통해 “성추행당했다고 생각했을 줄은 몰랐지만 그런 생각을 했다면 사죄하겠다”도 밝혔다. 이어 성폭행 의혹에 대해선 “성관계가 강제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진정성 없는 ‘반쪽 사과’ 논란이 일었다. 이후 공개 사과 전 내부 대책회의를 갖고 사과 리허설까지 했다는 내부자의 증언이 나오면서 비난이 증폭됐다. 

[사진 왼쪽부터 조재현, 조민기, 오달수]

잇따라 성추행 폭로가 이어진 배우 조민기 또한 폭로 직후 인터뷰를 통해 “게시글은 명백한 루머”라며 의혹을 강력 부인했다. 그러나 피해 학생들의 증언이 연이어 나오자 조민기는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 대신 소속사 측이 “조민기가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 하차하고,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는 입장만 내놓았다. 직접적인 공식 사과는 없었다.

종교계에서 처음으로 성폭력 폭로가 나온 수원교구 소속 모 신부 역시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수원교구 교구장인 이용훈 주교만 지난 25일 교구 신도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사제단을 잘 이끌지 못한 부덕의 소치로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

배우 조재현은 여론에 떠밀린 뒤늦은 사과로 질타를 받았다.

실명이 거론된 뒤에도 침묵을 지키던 조 씨는 “사실무근”, “모르고 있었다”는 등의 태도를 보이다 언론을 통해 구체적인 증언이 나오자 입장을 바꿔 24일 공식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조 씨는 “지금부터는 피해자분들께 속죄하는 마음으로 제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보내겠다. 정말로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드라마 ‘크로스’에서도 하차했다.

‘난 모르쇠’의 태도로 침묵을 유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제자와 후배 연극인들을 상습 성추행한 당사자로 지목된 연극연출가 오태석 역시 잠적 중이다. 파문이 커지자 해당 학교인 서울예대 측은 공연창작학과 모든 수업에서 오태석을 배제했다. 그러나 오태석이 소속된 극단은 “입장 표명 계획이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또 가해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배우 오달수는 26일 “전혀 사실이 아니다. 늦게 입장을 밝혀 죄송하다”는 내용의 공식입장을 밝혔다.

반면 일부 가해자들은 즉각적인 사과로 고개를 숙였다.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배우 한명구와 사진작가 배병우도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한명구는 교수직과 예정되어 있던 공연 등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뜻도 전했다.

피해자 폭로에 앞서 자진해서 사과의 뜻을 밝힌 이들도 있다. 배우 최일화는 최근 성추문 의혹이 불거지지 않았음에도 “수년 전 연극작업 중 성추문이 휩싸인 바가 있다”며 “조금이라도 나와 연루된 일이 있다면 자진 신고하고 달게 죄를 받겠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 ‘영웅’ 등을 제작한 윤호진 에이콤 대표도 성추행 의혹을 모두 인정하고 “피해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의 반성과 함께 자숙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호진에 대한 성추문은 소문 수준에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 중이었다.

한편 ‘미투’ 폭로글 논란에 휩싸였던 배우 곽도원은 희생양이 된 모양새다. 지난 25일 새벽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폭로 글이 올라왔지만 삭제됐다. 이에 대해 곽도원 소속사는 “사실무근”이라고 곧바로 대응하면서 자신과 같은 허위 글로 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는 입장과 함께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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