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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내부망 ‘양승태는 위대한 영웅’ 소송전 번진 댓글싸움
원색 비방전에 항소심 “위자료”

법원 공무원들이 전국 판사들과 직원들의 업무용 내부망 ‘코트넷’에서 ‘양승태는 위대한 영웅’ 이라는 댓글 등을 두고 다퉈 소송까지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댓글 가운데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추켜세우는 등 극우 인터넷 사이트를 연상케하는 내용도 다수 포함됐다.

부산지법 민사합의4부(부장 김성수)는 전직 계장급 법원 공무원 박모(52) 씨가 동료 김모(51)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달리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판결이 확정되면 김 씨는 박 씨에게 위자료 1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

두 사람의 다툼은 김 씨가 지난 2012년 11월 코트넷에 ‘대전법원 박 계장의 댓글’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당시 김 씨는 법원 공무원 노조 활동을 하면서 코트넷에 여러 차례 의견글을 남겼는데, 박 씨가 이에 불만을 품고 여러차례 비난 댓글을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박 씨의 댓글이라면서 25개 문장을 추려 제시했다. 이가운데는 ‘양승태 대법원장님은 위대한 영웅이다’ ‘신영철 대법관은 어떤 잘못이 있어도 직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표현이 있었다. ‘노무현은 뇌물을 많이 받아먹고 죄책감에 부엉이 바위에서 자살했다’ ‘박근혜는 경상도가 배출한 위대한 지도자이므로 모든 영남인들은 일차 단결해 투표해야 한다’며 정치성향을 여과없이 드러낸 문장도 있었다.

코트넷에선 수 개월 간 두 사람의 ‘댓글 전쟁’이 이어졌다. 박 씨는 “일부 내용을 고의적으로 왜곡시켜 게시했다”며 항의했고, 급기야는 김 씨와 그 아내를 향해 원색적인 욕설 댓글을 남겼다. 김 씨를 ‘빨갱이’ ‘정신병자’라고 비난하는 비방글도 수차례 올렸다. 김 씨도 미혼인 박 씨를 ‘박 총각’이라 부르며 ‘사회와 직장에 대한 욕구불만을 표출하는 것을 공감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댓글로 맞받아쳤다. 이후 두 사람의 다툼은 소송으로 번졌다. 김 씨가 먼저 지난 2013년 2월 박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500만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그러자 박 씨도 지난 2016년 2월 김 씨를 상대로 “허위글과 댓글로 모욕감을 줬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은 김 씨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 씨가 박 씨의 댓글 내용에 대해 항의하다가 ‘박총각’ ‘욕구불만 표출’ 등 거친 표현을 쓰게된 것이라며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항소심은 “법원 공무원 전체가 접근할 수 있는 내부 게시판에서 박 씨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글을 작성해 모욕했다”며 김 씨가 1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고도예 기자/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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