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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리한 수사 논란’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 무죄 확정
-‘先투자 대가 지분취득’ 엔젤투자 관행에 사기 혐의 적용…1,2심도 무죄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신생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지원금 수십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호창성(44) 더벤처스 대표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스타트업 특성상 리스크를 떠안는 입장인 ‘엔젤투자자’가 협의를 통해 취득 지분을 정하는 게 관행이었는데도 이를 감안하지 않고 수사가 이뤄졌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호 대표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호 대표는 2014년부터 이듬해까지 스타트업 5곳으로부터 ‘팁스(TIPS·민간주도형 기술창업 지원사업)’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29억 원 상당의 지분을 무상으로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우리나라의 팁스는 이스라엘의 ‘팁(TIP·Technological Incubators Program)’을 그대로 차용한 제도다. 초기 스타트업에 민간투자회사가 1억 원 정도를 투자하면, 정부에서 5억~9억 원을 추가로 투자해주는 방식이다. 호 대표 사건 이후 팁스 운영사가 가져갈 수 있는 지분은 30%로 제한됐다. 이스라엘에서는 기업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1991년부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나라의 엔젤투자자에 해당하는 ‘인큐베이터’들은 프로젝트 예산의 15%를 투자하고 벤처사업의 리스크를 떠안는 대신 최대 50%의 지분을 가져갈 수 있다.

재판 과정에서 호 대표 측은 팁스 프로그램 규정에서 허용한 범위 내에서 지분을 취득했을 뿐, 지원 대상 선정을 대가로 부당하게 가져온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호 대표가 제도를 악용해 스타트업의 지분을 부당하게 가로챘다고 보고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50억원 상당의 가치가 있는 스타트업 지분을 호 대표가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얻었다는 게 주장도 보탰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더벤처스가 투자계약을 통해 팁스 제도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지분을 받은 것으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피해자로 지목한 벤처회사 5곳 중 한 곳을 제외하고는 더벤처스로부터 유·무형의 이익을 받았고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밝힌 점도 무죄 판단 근거로 삼았다. 1심 선고 직후 호 대표는 “선진 기술창업투자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한 걸음 나아진 계기로 생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2014년 팁스 운용사로 선정된 더 벤처스를 설립한 호 대표는 2010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동영상 공유사이트 ‘비키닷컴’을 설립한 뒤 일본 라쿠텐에 2억 달러(한화 2300억여원)에 매각하면서 국내 벤처투자 업계에 이름을 날렸던 인물이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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