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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희생의 삶’ 살고 간 독립운동가, 해석 손정도 목사
-손 목사 추모식 12일 모교 숭실대에서 열려
-임정 의정원 의장ㆍ국무원 교통총장 역임
-항일 무력투쟁도 앞장서며 ‘희생’의 삶 살아


[헤럴드경제=강문규ㆍ김성우 기자] “손정도(1882.7~1931.2) 목사님이 우리에게 주신 가르침 중에 가장 깊이 되새겨 봐야 할 것이 ‘희생’입니다.”

연사로 나선 전용재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손정도 기념사업회 총재)가 손 목사의 어록 한 구절로 운을 뗐다. 손 목사를 떠올리는 듯. 청중을 바라보는 얼굴에는 살짝 미소가 머금어 있다. 분위기는 엄숙하고 경건했지만 이따금 ‘걸레’라는 단어가 유족대표 인사, 추도사를 통해 나오기도 했다.

[사진=손정도 목사의 87기 추모식이 지난 12일 오전 11시 숭실대학교에서 열렸다. 손 목사의 생전 사진]

“정치를 떠나서, ‘종교인이냐 비종교인이냐’를 떠나서 우리는 희생의 정신을 마음속에 품고 있어야 합니다. 어머니의 희생 없이는 가정이 설 수 없고, 귀한자녀가 나올 수 없습니다.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손 목사의 삶을 기억하는 이유도, 당신께서 이런 희생의 법칙을 마음에 품은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전 회장이 말을 마치는 순간, 추모식장 곳곳에서는 ‘아멘’ 외마디가 울려 퍼졌다. 손 목사의 삶에 대한 존경, 그리고 전 회장의 발언에 대한 공감의 의미다.

해석 손정도 목사의 87기 추모식이 지난 12일 오전 11시 숭실대학교 한경직 기념관에서 열렸다. 손 목사의 장손인 손컨설팅컴퍼니 대표, 김덕용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추모식에는 손 목사의 희생적인 삶이 크게 부각됐다.

손명원 대표는 “대한민국이 존경받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 할아버지(손 목사)의 철학이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밑거름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고 말했다. 이어 “할아버님이 우리에게 우리 집 가훈은 ‘걸레 정신’이라고 하셨다. 남들이 기피하는 궂은 일에 나설 것을 가족들에게 강조하셨다”고 회상했다.

손 목사는 한 평생을 독립운동에 투신한 인물이다. 평양의 숭실전문학교에서 학업을 마친 그는 초창기 국내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1915년에서 1918년까지는 정동교회의 담임목사로 재임하면서 유관순 열사에게 항일정신을 가르쳤고 삼일운동에도 직접 앞장섰다. 이후에는 중국으로 망명해 국외독립투쟁을 전개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합류해서 의정원 의장과 임정국무원 교통총장을 역임했고, 대한적십자회 회장과 대한야소교 진성회 회장도 거쳤다. 무장투쟁에도 앞장섰다. 손 목사는 한반도 정세를 놓고서 일ㆍ미간 밀약을 주도했던 가쓰라의 암살을 시도했고, 1920년에는 무장독립운동단체인 의용단을 결성했다. 1962년 건국공로 훈장을 받았다. 

[사진=유족측 대표로 참석한 손 목사의 장손 손명원 손컨설팅컴퍼니 대표가 연사로 나선 모습]

손 목사의 인생철학은 ‘걸레와 같은 삶을 택해 불쌍한 우리 동포들을 돕는 것’이었다. 희생의 의미가 담겨있는 문구다. 손 목사는 걸레와 같이 모두가 냄새나고 피하는 곳을 찾아가는 삶을 살았다. 임시정부 설립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각지를 돌며 부호들에게 머리를 조아렸고, 이동녕 의장이 임시정부 의정원에서 이틀만에 내려온 뒤에는 후임 의정원장에 오르며 혼란을 직접 수습했다. 그는 1931년 2월 이국땅에서 병사하기까지 희생의 정신을 추구했다. 일제는 이런 손목사를 임시정부 내 ’무력파‘로 지목했고, 검거에 핏대를 세웠다.

추모식에 자리한 인사들은 손 목사에게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

황준성 숭실대학교 총장도 “손 목사는 교단에서는 선교사, (역사적으로는) 해외와 국내를 연결하는 애국지사 독립운동가셨다”면서 “오늘 추모식을 통해 손 목사의 얼과 정신을 계승하고, 애국하는 마음과 철학을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또 “손정도 선배님께 학교를 대표해서 한없는 존경과 추모를 보낸다”며 “숭실대는 손 목사를 기념하며 그분의 사랑과 헌신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기념사를 통해 “(손 목사의) 말씀은 자신을 숨기고 남을 내세우며 영광은 국민에게 돌렸던 당신의 삶을 웅변하고 있다”며 “무술년 새해, 손 목사의 뜻을 계승해서 대한민국이 희망찬 미래를 열어갈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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