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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리운전의 세계②]서울 한복판 ‘이동노동자 쉼터’…“한파 속 반갑기는 하지만…”
-서울시, 서초ㆍ합정 등 이동노동자 야간 쉼터
-승객 기다리며 휴대전화 충전ㆍ휴식 가능 가능
-대리기사 이용 적어…“개인공간 부족 등 이유”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올 겨울은 쉼터가 있어서 조금 덜 추운 것 같아요”.

지난 1일,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초 ‘휴(休) 이동노동자 쉼터’ 앞에서 만난 대리기사들은 입을 모았다. 이동노동자 쉼터는 서울시가 택배, 퀵서비스, 대리운전기사 등 이동노동을 하는 노동자를 위해 쉬거나 대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 곳이다.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아침 6시까지 문을 여는 이 쉼터에서 이동노동자는 잠시 눈을 붙이기도하고 추위를 피하기도 한다. 사무실 없이 서울 거리를 오가는 이들이 유일하게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이동노동자 쉼터에 마련된 손난로. 사진=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2016년 서초구 신논현역 인근에 문을 연 서초 쉼터에 이어 지난해 11월엔 마포구 합정역 6번 출구 앞 합정 쉼터가 문을 열었다. 두곳 모두 50평 내외의 공간에 여럿이 앉아서 쉴 수 있는 쇼파, 간단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공간 등을 구비하고 있다. 구석에 놓인 안마의자에서는 피로를 풀며 단잠을 청하는 이들도 있었다. 날씨가 추워 바깥에서 대기하기 힘든 겨울철 큰 도움을 주는 공간이다.

이날 오후 서초 쉼터 앞에서 만난 대리기사 이종현(55ㆍ가명) 씨는 “요즘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손님들이 줄어 늦저녁부터 한참 기다려야 할 때가 많은데 편하게 대기할 공간이 있어 편리하다. 휴대전화이 생명줄인데 충전하며 기다릴 수 있게 케이블이 많은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대리기사 김상일(61ㆍ가명) 씨는 “(대리운전은)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서 거스름돈으로 현금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ATM 기계가 있으니 좋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높은 이용객 만족도에도 불구하고 실제 쉼터를 사용하는 대리기사의 수 자체는 많지 않다. 이날 방명록을 바탕으로 집계한 일 평균 이용객은 서초 쉼터 60명, 합정 쉼터 30명 수준으로 두곳을 합쳐도 일평균 100명이 되지 않는다. 업계에서 전국에 10만~20만명의 대리기사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용객 규모는 다소 작다.

방문한 사람들조차 머무르는 시간은 짧았다. 1명 당 머무르는 시간 역시 서초 쉼터가 60분 내외, 합정 쉼터가 30분 내외였다. 서울노동권익센터 2015년 조사에 따르면 대리기사들은 하루 평균 근무시간인 9시간 중 3.42시간을 대기하는데 보낸다.

쉼터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대리기사들은 개인공간 부족ㆍ위치의 불편함 등을 이유로 꼽았다. 

대리기사 박철종(58ㆍ가명) 씨는 “서초 쉼터에 한번 가보기는 했는데 여러 사람을 마주치는 구조더라. 가족 몰래 일하고 있어서 혹시나 아는 사람을 만날까 걱정돼 잘 안 가게 된다. 기사들 중에 사업하다 망했거나 사연이 있는 사람들도 많다보니 아무래도 노출을 꺼리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씨는 “복지정책도 좋지만 수수료를 계속해서 인상하는 대리운전 업체부터 규제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리기사 조창훈(40) 씨는 “첫콜을 대기하러 갈 때는 좋지만 이곳저곳 왔다갔다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일부러 찾아가는 일은 드물다. 일단 콜을 받고 출발했다하면 쉼터가 없는 지역만 빙빙 도는 날도 있다. 인근에 가게 될 때 잠깐 들르면 편하긴해도 일부러 찾아가진 않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동노동자 쉼터 기획협력팀은 이에 대해 방명록을 남기지 않고 잠시 들렀다가는 경우도 있어 두 지점 모두 실제 방문자 수는 집계된 수치보다 많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지점 중 합정 쉼터의 방문자수와 방문 시간이 특히 짧은 이유는 서초 지역에 비해 대리 운전의 시작 거점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고 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라는 게 쉼터 측 설명이다.

쉼터 기획협력팀 관계자는 “여름철은 오히려 밤이 시원해 일하는 데 어려움이 덜한데 겨울은 날씨가 춥다보니 쉼터가 절실하다” 면서 “이동노동자들이 장시간 밖에서 대기하시기 힘든 상황이다. 겨울을 앞두고 합정에 쉼터를 개소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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