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은 누가 뭐래도 한국 최고 예능인의 길을 모범적으로 가고 있다. ‘무한도전’ ‘해피투게더3’ ‘런닝맨’ 등 지상파 간판 예능을 오랫동안 이끌고 있다. 하지만 변화하는 예능 환경과 시청 패턴 변화 등과 맞물려 변화와 실험,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기도 하다. 반면 송은이는 본의 아니게 전성기(?)를 지나버렸다. 어느덧 한국예능은 남성판이 되어있었다. 송은이는 방송국에서 불러주지 않자 자신이 직접 기획해 콘텐츠를 만들었다. 도라에몽이 진구의 미래를 봤듯이, 취직이 안돼 스스로 회사를 차린 격이다.
지상파나 케이블 프로그램은 담당 PD 등 제작진이 불러주지 않으면 출연 기회를 잡을 수 없지만, 멀티채널네트워크(MCN)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콘텐츠만 좋다면 단기간에 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가 있다. 자신이 스스로 개인 크리에이터, 프로듀서, 전략가, 인플루언서가 돼 콘텐츠를 주무를 수 있다.
송은이는 2015년 4월 김숙과 함께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을 시작해 인기를 끌다가 이속의 코너인 ‘김생민의 영수증’가 큰 반응이 나오자 KBS2로 정규편성됐다.
송은이는 2016년 콘텐츠 기획제작사인 ‘컨텐츠랩비보’를 차렸다. 이는 송은이의 소속사인 FNC엔터테인먼트와는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부산국제코미디 페스티벌이 세부적으로 내실과 기획력을 확보해야 될 시점에 집행위원장인 김준호는 송은이에게 기획을 부탁하기도 했다. 송은이는 2016년 2월 유튜브에 ‘비보TV’를 개국하고 웹예능 ‘판벌려’ 등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공개된 프로젝트 그룹 ‘셀럽파이브’는 요즘 지상파와 케이블 음악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있다. 송은이는 김숙, 박나래와 함께 남성 중심의 예능판에 여성 예능인으로 족적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 박나래는 예능 현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플레이어’로, 김숙은 어떨 때는 웃기고, 어떨 때는 전체를 보는 ‘완급조절형’으로. 또 송은이는 ‘기획자’로 각각 활약하고 있다.
어느덧 25년 넘게 방송계에서 일하고 있으며 지금은 소속사도 같은 유재석과 송은이는 둘 다 대중에게 신뢰감을 주며, 편하고 매끄러운 토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사람은 주류예능에서, 또 한 사람은 대안적 방송 콘텐츠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잘 가고 있지만, 서로 긍정적인 면에서 자극을 줄 수 있는 절친이기도 하다. 지상파 중심의 주류예능이 갈수록 힘을 잃어가고 있고 유튜브, 넷플릭스, 팟캐스트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로 방송의 폭이 크게 넓어진 미디어 환경에서 두 사람은 서로 소통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진 것이다.
유재석은 오랜 기간 예능에서 독보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기획력과 도전정신이 필요하기도 하다. 유재석-박명수, 유재석-하하 조합은 너무 오래돼 편안하기도 하지만 익숙해져버려 새로운 도전이 요구된다. 이 점에서 유재석이 송은이와의 플랫폼 콜레보레이션도 기대해볼 수 있겠다. 송은이는 이를 통해 자신이 기획한 콘텐츠를 확장시키고 좀 더 대중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도도 콘텐츠의 윈윈이고 시너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서병기 선임기자/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