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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여야가 바뀌어도 계속되는 법사위 논란
한국 정치의 특징 중 하나는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즉 ‘내로남불’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몇 차례 여야가 자리바꿈했지만 이 전통만큼은 여전히 변치않고 있다.

최근 국회는 법사위로 뜨겁다. 1000개 가까운 법안이 쌓여있지만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번 파행을 여당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모처럼 법안심사를 위한 전체회의가 열린 7일 소속 의원 전원이 퇴장하는 강수를 뒀다. 명분은 비리 의혹이 있는 법사위원장의 교체다.

속내는 이 기회에 야당에게 내준 법사위원장 자리를 여당 몫으로 되찾아오겠다는 심산이다. 눈 앞의 법안 한 개가 아쉬운 정부여당이 먼저 퇴장, 파행이라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수를 둔 이유다.

이런 법사위 논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야당이던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깔고 앉아서 해를 넘겨 정부 예산안을 처리했다.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외국인투자촉진법을 반대하는 박영선 당시 위원장의 소신이 만든 위기였다. 결국 당시 정부여당은 야당이 주장한 상설특검법을 추가로 통과시키는 조건으로 외국인투자촉진법과 새해 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야당 몫으로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51년 법사위에서 모든 법안의 자구를 확인, 검토하도록 국회법을 개정하면서 위원장 자리는 야당의 몫으로 하는 관행이 시작됐다. 여야가 합의해 처리하라는 정신이 깔려있는 관행이다.

지금의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과거 여당 시절, 법사위원장 자리를 여당 몫으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논의조차 되지 못한 이유도 ‘합의 정신’ 때문이다. 이제 여당이 된 민주당도 최근 같은 법안을 발의했지만, 반응은 당연히 좋지 않다.

이날 법사위가 파행되면서 87개의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학교에서 커피 등 카페인 함유 식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 제주에서 발생한 현장실습생 사망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법 등이 모두 막혔다.

이들 법이 언제 처리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예산안도 통과했겠다 아쉬울 것이 없는 여당, 더 아쉬울 것 없는 야당의 신경전은 빨라야 지방선거 이후에나 풀릴 가능성이 높다. 이번 2월 임시국회가 사실상 ‘빈손 국회’로 끝날 것이라는 한숨이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법사위 논란에는 ‘내로남불’이라는 우리 정치의 못된 습관이 자리잡고 있다.

자리가 바뀐 여야가 불과 1년전 2년전 자신들의 언행을 망각하고 지금의 이익에만 매달린다면, 정권 교체가 100번, 1000번이 되더라도 법사위 논란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아쉬워진 다음에야 부랴부랴 협상에 나서 양보하는 사태를 겪기 전에, 대승적 차원에서 ‘내로남불’이 아닌 ‘내불남로’ 하는 ‘진짜 정치’가 아쉬울 따름이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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