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자리 줄고 지원자는 늘어…경력 선호 뚜렷 -“알바도 경력만 찾으면 어떡해”…청년들 한숨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아르바이트 구인 자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아예 ‘경력’ 아르바이트생을 뽑으려는 가게가 늘고 있다. 가게 주인들은 ‘많은 일을 시킬 수 있다’며 반기고 있지만, 정작 아르바이트생들은 “아르바이트도 경력이 필요하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카페거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51) 씨는 새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에 ‘바리스타 자격증 보유자 또는 1년 이상 경력자’라는 조건을 달았다. 언뜻 보기에 과해 보일 수 있는 공고지만, 이 씨는 게재 1주일도 안 돼 새 아르바이트생을 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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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카페보다 시급도 높은데다 근무 환경도 좋지만, 이 씨는 “요즘에는 카페 아르바이트 경험을 하면 대부분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따게 된다”며 “자격증 진입장벽이 낮은데다,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근무를 조금 해 본 아르바이트생들은 다 자격증을 갖고 있어 사실상 경력자를 뽑으려고 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씨가 이번에 뽑은 아르바이트생도 다른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서 일한 경력이 있었다.

반면, 한 달 넘게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고 있는 취업준비생 송모(28ㆍ여) 씨에게 요즘 아르바이트 구직 시장은 차갑기만 하다. 지난주에 지원한 한 카페에서는 “카페에 있는 에스프레소 기계를 능숙하게 다뤄야 하는데, 우리 가게에서는 당장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는 말을 들으며 퇴짜를 맞았다. 송 씨는 “아르바이트조차 경력을 필요로 하면 이제 아르바이트를 위해 스펙을 쌓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날이 갈수록 청년들에게는 악재만 쌓이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고용주 213명과 아르바이트생 768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한 고용주의 84.5%는 ‘모집 시 경력이 있는 지원자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교육 시간이 절약된다(63.3%ㆍ중복응답)’는 이유를 꼽았고, ‘신입보다 일을 잘할 것 같아서(37.2%)’, ‘분위기를 잘 알고 있어서(26.1%)’라는 대답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상품 정리 등 단순 반복 업무를 하는 아르바이트 등에서도 경력이나 스펙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아르바이트에 지원하는 청년들 입장에서는 답답한 상황이다. 최근 한 아르바이트 중계 업체를 이용한 정모(29) 씨는 “외국계 기업의 아르바이트를 소개받았는데, 시작부터 컴퓨터 자격증과 관련 업종 경력을 물어봤다”며 “업체에서 경력이 없어 떨어졌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기분이 찝찝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아르바이트 중계 업체 관계자는 “아르바이트의 경우 처음 교육을 하고 업무에 투입하기까지의 시간과 비용을 업주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 업주가 먼저 고지를 하는 경우가 많아 지원자들이 아르바이트를 지원할 때도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